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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민원' 시달리는 교단 "동료 극단 선택, 남일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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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민원' 시달리는 교단 "동료 극단 선택, 남일 같지 않아"

입력
2023.07.21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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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초1 담임 교내 극단선택 사건에
교사들 애도 물결… 진상조사 요구 성명도
교사들 "과한 민원 혼자 상대 가장 힘들어"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 정문 앞에 20일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조화와 메시지가 비치돼 있다. 최주연 기자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 정문 앞에 20일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조화와 메시지가 비치돼 있다. 최주연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18일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사 사회에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압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해당 교사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학부모의 도를 넘은 행태에 쌓였던 교단의 불만에 이번 일이 도화선이 된 분위기다. 지난달 말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학생의 교사 무차별 폭행 사건까지 맞물리면서, 교권을 보호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요구가 거세지는 양상이다.

2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교사들 명의의 근조화환 100여 개가 진열됐다. 교직 사회에선 매우 이례적인 광경이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더운 날씨에도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문구의 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교사도 있었다. 경기 평택시 동삭초 교사 이소희씨로, 그는 "남일 같지 않다. 다른 교사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1학년 반 담임교사였던 고인이 학부모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 퍼진 관련 의혹 중 상당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경찰의 사망 경위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교사들은 교권 침해에 대한 평소의 문제 의식을 이번 사건에 투영하는 분위기다.

이소희 교사는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요구와 해결 시까지 압박하는 행태가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의 산재'라고도 했다. 민원이 학교에 접수되면 담임교사가 응대해야 하는데, 학부모를 상대하며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애도 성명에서 "교사가 갈등 한가운데서 겪는 감정·정서적 스트레스는 전시 병동 간호사에 비유된다"며 "개인이 다 감당하고, 실수와 책임에 노출되는 불안이 모두를 힘들게 한다"고 했다.

부모의 아동학대 신고 위협까지 나오는 현실에서 학생 지도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교사들 반응도 적지 않다. 서울 소재 초등학교 23년 차 교사는 "학교폭력 등 사건이 터지면 가해 학생 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해 교직이 위태로울 수 있단 걱정에 적정 조치에 손 놓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전교조가 교사 6,243명에게 설문한 결과, 10명 중 9명꼴(92.9%)로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는 참지 않겠다.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협박 행태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총에 따르면, 올해 교권침해 관련 소송 및 행정절차 87건 중 교원의 아동학대 피소 건이 44건(51%)으로 집계됐다.

학부모 민원 대응과 학생의 문제행동 지도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1만2,003명의 국공립 교사가 교단을 떠났다. 6년 전보다 43% 증가했다. 이 중 근속 5년 미만 교사 589명이 퇴직, 이전 1년간 퇴직한 303명의 두 배에 달했다.

교총은 "무분별한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에는 교육당국이 반드시 고발해야 하며, 국회는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즉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에는 교권침해에 대응할 지도와 제재, 조치 방법을 명시한 장관 고시를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전국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최근 사안들은 학생인권 등에 비해 교사 권리 보호와 지도 권한이 균형 있게 확립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근본 원인이라 판단된다"며 "교원 권리를 보장하고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것이 공교육 확립의 첫걸음"이라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교육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교원단체 의견을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간담회를 조속히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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