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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미군 병사, 코로나로 느슨해진 JSA 북한 경계 틈 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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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미군 병사, 코로나로 느슨해진 JSA 북한 경계 틈 헤집었다

입력
2023.07.19 16:30
수정
2023.07.19 16:4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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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공항서 빠져나와 18일 JSA 견학 프로그램 버젓이 참가

1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월북한 트래비스 킹 미 육군 이병. WISN-TV 캡처

1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월북한 트래비스 킹 미 육군 이병. WISN-TV 캡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18일 월북한 주한미군 육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은 범법자로 확인됐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돼 불명예 전역 등 추가 징계를 앞둔 상황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감염 우려에 북한군 병력의 경계가 느슨해지면서 별다른 제지 없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AP통신과 미 ABC방송에 따르면 킹 이병은 주한미군 제4보병사단 소속으로,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 텍사스 포트블리스 기지로 송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후에 과정을 알 수 없는 절차를 거쳐 공항 밖으로 빠져나왔다. CNN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킹 이병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까지 호송됐으나 호송 인력이 공항에서 세관까지 킹을 따라갈 수 없었고, 혼자 남겨진 킹 이병이 공항을 떠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킹 이병은 이후 판문점 JSA 견학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JSA 견학 프로그램은 매주 4일간, 하루 6회 운영된다. 사전 신청과 신원조회 등 행정절차를 위해 유엔사와 통일부가 각각 외국인과 한국인 견학으로 나눠 운영한다. 민간 여행사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문점 견학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킹 이병이 공항을 떠난 17일 어디에서 어떻게 머물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판문점 견학을 신청한 것으로 볼 때 이미 계획된 월북이라는 평가다. 군 소식통은 “판문점 견학 때는 월북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보증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을 떠난 킹 이병은 18일 판문점 JSA 견학에 합류했다. 군복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킹 이병과 함께 JSA 견학에 참가한 스웨덴 관광객 미카엘라 요한슨은 페이스북에 "오른쪽에서 큰 '하하하' 소리가 들렸고,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 있었던 같은 그룹의 한 남자가 두 건물 사이를 지나 반대편으로 달려갔다"며 "모든 사람이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응하고 파악하는 데 1초가 걸렸고, 이후 우리는 자유의 집을 통과해 군용 버스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통상 판문점 견학에 맞춰 회담장 북측 출입구에 우리 군 경비병 1명이 북한군의 돌발행위에 대비한다. 또 1명은 회담장 한가운데 MDL이 지나는 테이블에 배치돼 경비를 선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북한군 경비 병력은 남측 견학이 이뤄질 때 회담장은 물론 외부 MDL에도 배치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북측 판문각 건물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망원경으로 남측 견학 인원을 감시한다. 킹 이병이 달음박질로 월북할 수 있는 틈을 열어준 셈이다.

킹 이병의 월북 동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주한미군 복무가 순탄하지 않았다는 방증은 있다. 미 군사전문매체 밀리터리닷컴은 2년 동안 복무한 킹의 계급이 이병인 것은 징계 등으로 진급이 보류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 육군에서 12개월 복무한 이병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동으로 일병으로 진급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킹 이병은 미국 송환 이후 불명예제대 등 후속조치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미군은 △대형사고를 일으킨 병력의 경우 강등에 이은 강제전역(OTH) △범죄사실로 기소돼 실형을 받은 인원에 대해 제대군인 혜택을 일부 박탈하는 징계전역 △기밀 고의 누설, 중범죄 등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경우 제적, 군 경력 말소, 이등병 강등, 제대군인 혜택 완전몰수는 물론 총기소지 등 시민의 권리 일부를 박탈하는 불명예 전역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킹 이병이 한국에서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만큼 징계 전역 등의 조치가 잇따를 상황이었다. 북한은 이 같은 현실의 도피처였던 셈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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