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두에 정박한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 '켄터키함'(SSBN-737)에 승함하고 있다. 부산=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를 찾아 부산항에 정박 중인 미 해군의 전략핵잠수함(SSBN)을 시찰했다.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미국 전략무기에 오른 것은 처음이자, 외국 정상 가운데서도 최초다. 북한은 이날 새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부산까지 거리와 동일한 거리를 사거리(550㎞)로 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동해상으로 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SSBN '켄터키함'을 찾아 미군들을 격려하고 함 내를 시찰했다. 윤 대통령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 중 하나인 미국의 SSBN 켄터키함에 방문하게 돼 뜻깊고 든든하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며 지금 이 시각에도 일선에서 함께 수호하는 주한미군과 한국군, 그리고 멀리서 오신 켄터키함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켄터키함 내부 지휘통제실, 미사일통제실, 미사일저장고 등을 순시한 뒤 켄터키함 함장으로부터 핵잠수함의 능력을 보고받았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 방문에 앞서 장병과 악수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워싱턴 선언의 상징 SSBN... 해외 정상 중 최초 탑승
윤 대통령의 SSBN 방문은 한미 정상이 지난 4월 발표한 '워싱턴 선언'의 차질 없는 이행은 물론 굳건한 한미동맹,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다. 우선 SSBN은 워싱턴 선언 이행 차원으로 출범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 맞춰 부산에 기항한 만큼, 북한 핵억제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은 "켄터키함의 전개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전개하고 확장억제 실행력을 방어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한미는 핵자산과 비핵자산을 결합한 핵작전의 공동기획과 실행을 논의하고 한반도 주변에 미국 전략자산 배치의 가시성을 제고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방국 대통령으로서는 제가 처음으로 SSNB를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방문에 의미를 부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 앞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 종말로 이어질 것"
SSBN은 적에게 노출되지 않은 채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미국 핵전력의 핵심으로, 북한을 향한 최고 수위의 경고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이 핵도발을 꿈꿀 수 없게 하고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며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핵협의그룹, SSBN과 같은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를 통해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연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북한을 향한 메시지였다.
이에 앞서 북한은 새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을 발사하며 SSBN 부산 기항에 따른 맞춤형 무력시위를 벌였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3시 30~46분경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2발을 포착했다. 미사일은 550여 km를 비행한 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동해상에 떨어졌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최고고도는 약 50㎞다.
북한, 부산 겨냥해 단거리탄도미사일 시위
북한이 발사한 SRMB의 사거리(550㎞)는 순안-부산 간 거리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켄터키호가 향후 전개할 경우 언제라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담은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순안에서 운용되는 전략군부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관리하는 핵탄두 장착 공격부대"라며 "자신들도 핵타격 능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수위가 점차 높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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