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공예가로 일하다 남편 고향에 정착
15일 덮친 산사태에 남편과 함께 숨져
경북 예천군에서 산사태로 숨진 채 발견된 '집밥 활동가' 전명배(67)씨가 사고 8일 전 자신의 블로그에 "(이미) 공포스러운 비 피해를 이미 입고 있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씨의 남편은 MBN 방송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 지역 유명인사가 된 장병근(69)씨다. 이들 부부는 15일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를 덮친 산사태 매몰사고로 숨졌다.
전씨는 7일 오전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며칠 사이 기후변화를 실감하는 공포스러운 비가 밤새 퍼부으니 곳곳이 무너지고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며 "산속에 있는 농장 가는 길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고 썼다. 그는 "비가 오면 제일 신나는건 잡초인 것 같다"며 "앞집과 경계 공간이 비올 때마다 배수로가 되는데, 물이 차서 막히지 않도록 풀도 뽑고 경사도 잡아주고, 틈틈히 정리해 주어야 한다"고 우천 대비 요령을 알려주기도 했다.
전씨는 남편의 고향인 예천에 2019년 가을쯤 정착했다. 서울에서 슬로푸드 중심의 장담그기와 집밥을 권장하는 활동가로 활약했다. 또 옻칠공예가로도 활동했으나, 남편과 함께 자연 속에 정착하는 삶을 택한 것이다.
그는 이달에만 자신의 블로그에 호박요리, 메밀순나물무침, 삼잎국화나물무침, 부추콩가루무침, 머윗대들깨볶음, 오이지무침, 산마늘장아찌, 감자전, 도라지쌈된장 등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건강 식단을 줄줄이 소개했다.
전씨는 블로거와 인플루언서로만 활동한 것은 아니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아 마을 부녀회 총무로 활동하면서 동네 일도 도맡아서 했다고 한다.
이웃들은 두 부부의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박진녑(70)씨는 "공부도 많이 하셨던 분이 자연에서 살려고 산으로 왔다가 사고를 당해 너무 불쌍하다"며 "무공해 농사 짓는다고 노력도 많이 했는데, 이젠 편한 곳에서 잘 쉬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씨와 장씨 부부의 발인은 21일. 두 부부는 아내가 그렇게 가보고 싶어 했던 제주도를 돌아 하늘길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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