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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도, 저자도 출판사로 모여요" 출판사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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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도, 저자도 출판사로 모여요" 출판사의 변신은 무죄

입력
2023.07.19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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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좋은 책만 만들어 내면 된다.'

오랫동안 출판계를 지배해온 정언명령과도 같은 명제. 그러나 독서 대중 인구가 급감하고 유튜브 등 여러 디지털 콘텐츠의 도전을 받는 오늘날, 출판계의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좋은 책을 만드는 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저 수동적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출판사들이 소매를 걷고 나섰다. 직접 독자들을 만나는 장(場)을 만들고 또 그곳에서 새로운 출판 문화를 창조하며 말이다.

'콘텐츠 +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출판 시너지

지난 15일 서울 중구 메디치미디어 사옥에서 열린 오픈하우스 파티에서 독자들이 북토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혜미 기자

지난 15일 서울 중구 메디치미디어 사옥에서 열린 오픈하우스 파티에서 독자들이 북토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혜미 기자

메디치미디어라는 출판사의 정체성을 한 줄로 요약하기는 도통 쉽지 않다. 출판사이면서 동시에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최근에는 여행 사업까지 진출했다. 이번에는 독자를 앞마당으로 불러들였다. 15일 서울 중구 중림동 사옥에서 열린 '메디치 오픈하우스 파티'가 바로 그 현장이다.

곳곳에 호우경보가 발효되는 등 하루종일 궂은 날씨에도, 이날 약 231㎡(약 70평) 면적의 지하 공간은 메디치미디어가 출간하는 책의 저자를 만나기 위한 독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2만~10만 원 상당의 참가비를 내야 하는 유료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등록 인원이 100여 명에 달했다. 어떤 독자는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또 다른 독자는 경남 남해에서 5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고 한다.

오후 3시부터 7시 30분까지 이어진 행사에서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거나 뉴스레터에 글을 쓰는 저자와 필진이 마이크를 쥐었다. 책 속에서 활자로만 만나던 이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독자들은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희정(56)씨는 "북토크 전부터 위층에서 참가자들과 서로 이야기하고 인사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네트워킹 자리가 마련됐다"며 "독자들도 작가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획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 친구와 참석한 주민정(47)씨는 출판사를 향한 '팬심'을 아끼지 않고 드러냈다. "평소 메디치미디어의 활동을 보면서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을 담은 좋은 책을 출간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출판사만의 색깔이 있어서 신뢰했고요. 오늘 행사도 역시 잘 온 것 같아요."

이 같은 기획은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패는 좋은 콘텐츠뿐 아니라 좋은 커뮤니티에서 난다'는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의 평소 지론에 기댄 것이기도 하다. "출판사의 성격이 점점 지식콘텐츠 회사로 바뀌고 있다고 봐요. 물론 종이책이 주력이지만, 유튜브로 보기를 원하는 독자도 있고 (오프라인) 강좌를 원하는 독자도 있어요. 앞으로는 출판사가 그 부분을 맞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공간의 아이디어가 실제 '출판물'로

1인 출판사 핀드가 운영하는 모임 공간 '핀드 미팅 플레이스'. 핀드 제공

1인 출판사 핀드가 운영하는 모임 공간 '핀드 미팅 플레이스'. 핀드 제공

지난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문을 연 1인 출판사 '핀드'는 사무실 전체 면적의 3분의 2가량 되는 공간을 뚝 떼어내 '미팅 플레이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은은한 조명 아래 1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과 푹신한 의자, 다양한 종류의 책이 구비돼 있는 이곳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작가들을 초청한 문학 낭독회가 열린다.

"대형 출판사는 계간지나 문예지 지면을 통해 원고를 모을 수 있지만, 소규모 출판사엔 그런 기회가 없어 아쉬웠어요. 작가들과 연대하고 독자들과 꾸준히 만나면서 이 공간을 지면처럼 활용하고 싶었죠." 김선영 핀드 대표의 말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영감이 실제 출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핀드는 사무실을 연 지난해 5월부터 한 달여간 '한국 최초의 등단 작가'인 김명순(1896~1951)의 작품을 박소란 시인과 함께 읽는 강의를 기획했는데, 이를 진행하다 아이디어를 얻어 올 초 출판사의 첫 책으로 1918년부터 1936년까지 김명순이 쓴 글 중 일부를 뽑은 에세이집 '사랑은 무한대이외다'를 냈다.

종이책 가치 보존하면서도 외연 확장 시도

연말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 인근으로 사옥을 이전할 예정인 출판사 동아시아는 4층 건물의 맨 위층과 루프톱 공간을 저자와 독자에게 개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출판사에서 상시 이뤄지는 저자와의 미팅뿐 아니라,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로도 활용되고 또 독자와의 만남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는 독자 행사를 위해서는 외부 공간을 대여해야만 했다.

한민세 동아시아 콘텐츠개발팀장은 "디지털콘텐츠 등이 발전하면서 더 이상 책은 종이에 한정된 매체가 아니게 되었는데, 독자들이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책을 새롭게 경험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독서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며 "여전히 소중한 텍스트의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종이책의 한계를 뛰어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공간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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