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매몰 등 실종자 수색 3일째
토사 엄청나 수색작업 속도 안붙어
사람 찾는 일이라 굴삭기 조심조심
경북 예천군에서는 15일 오전 발생한 산사태로 여전히 8명이 실종 상태다. 며칠째 내리던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17일, 하루 종일 대규모 실종자 수색이 펼쳐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부분의 산사태 지역에선 마을 전체가 토사로 뒤덮여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18일부터 다시 큰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가족, 주민, 구조대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2명이 실종 상태인 감천면 벌방리에서는 사흘째 수색작업이 이어졌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밀려 내려온 토사와 나무 등이 소하천과 마을 전체를 뒤덮었고, 인력으로는 꿈쩍도 않는 거대한 바위가 곳곳에 버티고 있어 수색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었다.
중장비가 들어가기 어려운 진흙밭에선 사람이 맨손으로 찾을 수밖에 없었다. 구조대원들은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주택 잔해와 차량이 몰린 곳을 긴 탐침봉으로 찔러가며 실종자를 찾았다. 다른 한쪽에선 4대의 굴삭기가 진흙더미를 조심스럽게 파헤쳤다. 근처에서 가족과 주민들은 굴삭기 삽날이 지난 자리를 유심히 살폈다. 혹시나 실종자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충혈된 눈으로 수색 현장을 지켜보던 윤모(65)씨. 전북 익산시에서 온 그는 동생을 찾고 있었다. “큰비가 오기 전 동생을 보러 왔어요. 그런데 저는 살고 동생은 생사조차 알 수 없어요. 꺼져 있던 동생 핸드폰이 어제 오후부터 연결음이 잡히는데, 그 위치가 여기서 먼 곳이라고 하네요."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효자면 백석리의 상황도 비슷했다. 마지막 남은 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해 주택 잔해가 몰려 있는 지역 등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이 이뤄졌지만 찾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은풍면 은산리에선 차를 타고 가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한 부부를 찾기 위해 드론이 동원됐다. 구조대원들이 하천 주변을 3일째 샅샅이 수색 중이지만 지금까지 실종자 소유 차량 부품의 일부만 발견됐다.
산사태가 난 마을 주변은 여전히 초토화 상태다. 계곡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와 바위, 아름드리나무가 뒤덮어 마을길, 집터, 농경지, 소하천을 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어떤 곳은 굴러 내려온 바위가 웬만한 굴삭기로는 끄떡도 않을 정도로 버티고 있었다. 사람을 찾아야 하는지라 굴삭기도 속도감 있게 진흙을 파헤칠 수 없어 구조작업은 더 늦어지고 있다.
수색에 좀처럼 진전이 없자 가족과 이웃 주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실종된 이웃을 떠올리던 백석리 주민 A(62)씨는 "일주일 전쯤 마을회관 인근에서 본 게 마지막 모습 같다"며 "매일 마주하던 사람인데 아직 생사조차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한숨지었다. 한 구조 관계자는 “엄청난 토사와 바위 등으로 실종자들이 매몰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물이 탁하고 유속이 빨라 급류에 휩쓸린 실종자 수색에도 어려움이 많지만 끝까지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