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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필수재 리튬 비축 고작 6일분… 원료 차질, 특허 경쟁력 갉아먹을라

입력
2023.07.20 04:30
수정
2023.08.01 17: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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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보다 공급 적은데 대체재 없는 광물
기술력 있는데 생산 못 하는 상황 우려도
특허 경쟁력 지렛대로 협상력 끌어올려야

지난해 7월 촬영한 전북 군산 희소금속 비축기지 내 일반창고(2만7,170㎡) 전경. 이곳은 정부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희소금속 저장고다. 13만2,229㎡ 규모의 대지에 총 5개 동의 창고(5만2,300㎡)가 자리하고 있다. 군산=윤현종 기자

지난해 7월 촬영한 전북 군산 희소금속 비축기지 내 일반창고(2만7,170㎡) 전경. 이곳은 정부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희소금속 저장고다. 13만2,229㎡ 규모의 대지에 총 5개 동의 창고(5만2,300㎡)가 자리하고 있다. 군산=윤현종 기자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운영하는 전북 군산의 희소금속 비축기지엔 13일 기준 국내 수요 6일분을 충족하는 리튬이 저장돼 있다. 리튬은 현존하는 모든 종류(NCM, LFP, 전고체)의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원료 광물이다. 민간업체 보유량을 고려할 때 리튬의 국가 비축량이 6일 치라고 해서 당장 배터리 생산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변질되기 쉬운 리튬 고유의 특성도 장기 비축을 쉽지 않게 만드는 기술적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각종 지표가 향후 리튬 수급이 불안정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리튬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데, 대체재도 없다. 우리나라는 리튬 전량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리튬 같은 필수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특허가 있어도 생산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2030년 리튬 광산 50개 확보 가능할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생산 능력을 기준으로 2030년 필요한 리튬의 양은 약 66만 톤으로 예상된다. 이를 기초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S&P글로벌의 분석을 종합하면 연평균 8,000톤을 채굴할 수 있는 리튬 광산이 무려 50개 이상 필요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김홍인 지질연 자원활용본부 센터장은 "한 해에 8,000톤을 채굴하는 규모는 호주 등 리튬 주요 생산국에 있는 광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전기차 수요 증가와 맞물려 가격까지 폭등했다.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의 경우 2020년 톤당 평균 5,600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3월엔 7만4,800달러를 기록해 약 13배 올랐다. 수산화리튬은 주로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데,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를 주로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주 수요처다. 탄산리튬은 소형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들어간다.

중국 장시성에 있는 한 리튬광산.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체 리튬 수입량의 64%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장시성에 있는 한 리튬광산.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체 리튬 수입량의 64%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리튬값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많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공급망분석센터장은 "리튬 시장 가격은 2025년 이후에도 서서히 오르다가 2030년엔 수요 급증으로 더 높은 가격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리튬을 비롯한 희소금속 비축량을 100일분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광산 확보와 가격 문제 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원료 수요 줄이고 '빅 바이어'로 자리매김해야

국내 배터리 산업이 맞닥뜨린 리튬 수급 불안정성이 애써 구축한 특허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경훈 센터장은 "원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특허를 확보하고도 생산이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라며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수익 상당 부분을 원료 공급처가 가져가는 '가마우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배터리 생산 공정의 수직계열화를 꼽는다. 기업이 원료 광물의 가공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갖고 있으면 버려지거나 낭비되는 원료의 양을 줄이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전 공정을 내재화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원료 광물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김경훈 센터장은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전남 율촌1산업단지에서 열린 배터리 소재용 수산화리튬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버튼을 누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전남 율촌1산업단지에서 열린 배터리 소재용 수산화리튬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버튼을 누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터리 원료 시장에서 주도권은 대개 광물 보유국이 갖는다. 공급망에서 광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으로선 공급망 접근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원료 확보에 정부의 역할이 절실한 이유다.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광물 공동 펀드를 만들거나 기업과 함께 해외 자원을 확보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허 대량 확보가 배터리 수요 시장의 다종화 · 대형화를 불러와 '광물 메이저'와의 협상력 강화로 이어지면 원료 수급이 한결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기업의 기술력이 좋을수록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합작 기회가 많아져 생산하는 배터리 종류와 수량이 필연적으로 늘면서 원료 공급 협상 때도 우위에 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광물업체 입장에서도 '빅 바이어'가 매력적"이라며 "특허 경쟁력의 지속적 확보가 원료 공급망 불안정성 해소에 간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관련 용어 설명◆

-이차전지: 충전과 방전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는 전지. 흔히 '배터리'로 불린다. 한 번 방전되면 다시 충전할 수 없는 '일차전지'와 구분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리튬 이온을 이용해 충·방전을 하는 이차전지. 에너지 용량 대비 가벼운 것이 장점으로, 휴대폰·노트북·전기차 등에 널리 쓰이는 가장 상용화한 이차전지다. 양극·음극·분리막·전해질로 구성된다. 양극에 있던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배터리가 충전되고, 음극에 있던 리튬 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방전된다.
-양극: 리튬 이온이 들어가는 공간으로, 양극재가 용량·전압 등의 배터리 성능을 결정한다.
-음극: 양극에서 나온 리튬 이온을 저장, 방출해 전류를 흐르게 한다. 흑연·실리콘 등이 음극재로 쓰인다.
-분리막: 양극과 음극이 물리적으로 섞이지 않도록 하는 막. 미세한 구멍이 있어 리튬 이온만 이동할 수 있다.
-전해질: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현재 상용화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NCM 배터리: 세 가지의 양극재를 조합한 '삼원계' 배터리의 한 종류. 리튬·코발트 산화물에 니켈·망간을 더한 양극재를 쓴다. 니켈 비중이 클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다.
-LFP 배터리: 리튬·인산·철을 양극재로 쓰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낮고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아 중국이 주로 생산한다.
-전고체 배터리: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분리막과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꿔 안전성을 높인 배터리. 일본 토요타가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윤현종 기자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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