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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위기'로 빠져드는 중국...경기부양 하자니 재정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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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위기'로 빠져드는 중국...경기부양 하자니 재정난 심각

입력
2023.07.11 16:28
수정
2023.07.11 16:48
2면
0 0

생산자물가지수 -5.4%...7년 만에 최저치
"포스트 코로나 경기 회복 동력 이미 식었다"
지방정부 부채 가중...대규모 부양 카드 없을 듯

6월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시민이 마트에서 토마토를 고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로 2021년 2월(0.2%)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6월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시민이 마트에서 토마토를 고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로 2021년 2월(0.2%)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철회했음에도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탓이다. 정부가 이미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어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꺼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11일 "각종 경제 지표가 수요 약화를 가리키고 있다"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디플레이션 위기 앞에서 투자자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 약화-물가 하락' 악순환

제로 코로나 폐지로부터 6개월 만인 지난달 중국의 내수 지표는 소비 회복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로 2021년 2월(0.2%)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CPI 상승률은 3월(0.7%), 4월(0.1%), 5월(0.2%)에 이어 4개월째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돼지고기 가격 급락이 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전년 대비 가격이 7.2% 떨어졌고, 가격 하락폭은 전월(-3.2%)보다 더욱 커졌다. 비식품류와 소비재도 각각 0.6%, 0.5%씩 하락했다.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같은 달 대비 5.4% 하락했다. 전월 수치(-4.6%)와 시장 전망치(5.0%)를 모두 밑돌았으며, 2015년 12월(-5.9%)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5월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사무실 건물 밖에서 시민들이 택배를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소매 판매 지수와 기타 활동이 예상보다 저조해 소비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이 압박받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AP 뉴시스

5월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사무실 건물 밖에서 시민들이 택배를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소매 판매 지수와 기타 활동이 예상보다 저조해 소비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이 압박받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AP 뉴시스


PPI 하락은 CPI 하락의 전조 증상으로 여겨진다. 회복이 저조한 제조업 경기가 물가 하락을 자극했고, 수요 약화와 물가 하락이 서로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취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중국 담당 분석가는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의 동반 하락은 중국의 경제 반등 동력이 약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무리한 경기 진작보다 '재정 건전성' 회복에 무게

경기 부양책이 시급한 시점이지만 정부의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다. 전문가들은 일단 지난달 0.1% 금리 인하에 나선 정부가 올해 하반기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조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경우 대규모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다음 수단으로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 4월 기준 중국 지방정부 채무 규모는 37조 위안(약 6,640조3,000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21조 위안)보다 약 60% 급증했다.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 업체가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부양책을 동원하면 단기적 경기 회복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치명적 재정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주민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은 블룸버그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였다"면서 "중국 정부가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디플레이션 위기 극복을 위해 무리한 경기 부양에 나서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 등 재정 건전성 회복에 무게를 둘 것이란 뜻이다.

얄궂지만 중국의 디플레이션 위기는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선진국엔 다행인 측면도 있다. 중국 상품 가격과 소비자물가의 하락은 각각 수입 비용 감소, 중국 제조업 수요 위축에 따른 철광석·석유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WSJ는 "물가를 통제해야 하는 서방국 입장에선 밑질 게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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