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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야구장처럼 되게 할 순 없죠" 위기의 대구 시민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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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야구장처럼 되게 할 순 없죠" 위기의 대구 시민운동장

입력
2023.07.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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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애환 녹아 있는 대구 야구의 역사
시설물 보완 시급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 전시관. 대구=박상은 기자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 전시관. 대구=박상은 기자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은 'TK 야구'의 성지로 불린다. 동대문 야구장이 2007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야구장(1948년 개장)이기도 하다.

삼성이 2015년까지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시민운동장은 지금껏 한국 야구의 역사가 살아 숨쉰다. 1980년대 영·호남 지역 갈등 속에서 삼성과 해태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 곳이며,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삼성이 첫 우승을 일군 무대다. 이만수 장효조 류중일 강기웅 김용국 양준혁 이승엽까지 스타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 입구에 마련된 레전드 핸드 프린팅. 대구=박상은 기자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 입구에 마련된 레전드 핸드 프린팅. 대구=박상은 기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아 스타들의 플레이에 환호했던 꼬마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삶, 역사, 추억 그리고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공간은 단순한 스포츠 시설 그 이상의 의미를 안겨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2017년 대구시가 이곳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승엽을 기념하기 위해 구장 명을 ‘이승엽 야구장’으로 변경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이는 대구 시민들이 이승엽이란 걸출한 스타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민운동장 야구장이 갖는 역사성, 상징성, 친근성을 더 크게 봤기 때문이다.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로비 전시실. 대구=박상은 기자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로비 전시실. 대구=박상은 기자

아마야구의 성지 동대문 야구장은 서울에서 사라졌지만, 시민운동장은 그 이름 하나까지 지켜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민운동장 야구장의 행색이 너무 초라해져 지역민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고 있다. 내야 인조 잔디는 노후화를 논하기조차 힘든 수준일 정도로 기능을 상실했다.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 대구=박상은 기자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 대구=박상은 기자

홈 플레이트에서 투수 마운드로 이어지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각 베이스 주변은 물론 베이스와 베이스 사이의 잔디 역시 야구장이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한 학부형은 “고교 주말리그 경상권B권역 경기가 대구·포항·울산 3개 지역에서 분산해서 치러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항야구장과 울산 문수야구장의 경우는 각각 삼성과 롯데의 제2홈구장으로 사용될 정도로 쾌적한 컨디션을 갖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대구에서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를 열기보다는 포항, 울산 쪽으로 경기를 이관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고교 주말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포항생활체육야구장(왼쪽)과 울산 문수야구장의 그라운드 컨디션. 포항=박상은 기자

고교 주말리그 경기가 펼쳐지는 포항생활체육야구장(왼쪽)과 울산 문수야구장의 그라운드 컨디션. 포항=박상은 기자

대구야구소프트볼 협회 나영조(42) 사무국장은 “나도 경기인 출신인데 솔직히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면서 "현재 대구시 측과 야구장 보수 이야기가 원만히 진행 중이다. 시민운동장의 역사를 보존하고 아이들이 제대로 운동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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