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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세계 2위 베트남서 "먹지 말자" 호소… 근절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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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세계 2위 베트남서 "먹지 말자" 호소… 근절은 '글쎄'

입력
2023.07.07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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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이미지 향상 위해 식생활 바꾸려 시도
효과 미미... 5년간 하노이 식당 30%만 줄어

베트남에서 식용으로 사용될 강아지가 우리에 갇혀 있다.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베트남에서 식용으로 사용될 강아지가 우리에 갇혀 있다.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한국에서 복날을 앞두고 개 식용 논쟁이 또다시 불붙는 가운데, 개와 고양이 고기를 먹는 문화가 남아 있는 베트남에서도 ‘식용 자제’ 움직임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높아진 위상, 날로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국가 이미지 향상을 위해 국민들의 식생활 문화를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시 ”도축 검역 규정 높여야”

6일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하노이시는 전날 세미나를 열고 개와 고양이 식용 문화 근절 방안을 논의했다. 타반투엉 하노이시 농업·농촌개발부 부국장은 “개·고양이를 식용으로 거래하고 도축하는 것은 관광객들과 도시 거주 외국인들에게 나쁜 감정을 안겨줄 수 있다”며 “시가 적극적으로 판매 금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견병 예방과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도 식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사람들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단계적 근절'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 차원의 갑작스러운 식용 금지 조치보다는, 도축·검역 과정에서 엄격한 규정과 잣대를 들이대는 것부터 시작해 공급자의 설자리를 점차 줄이는 방식이다. 응우옌안투안 국회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베트남의 가축 관리 및 동물 복지 규제는 약한 편”이라며 “관련 부처의 더 강력한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개 식용’에 있어 중국 다음인 2위 국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개를 식품으로 지정하진 않았지만,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도 않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공개적 반대와 함께 퇴출에 나선 건 중부 호이안뿐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개·고양이를 먹는 사람이 전보다 줄었다고는 하나, 애호가는 여전하다.

베트남 하노이시에서 식용으로 사용될 고양이가 우리에 갇혀 있다.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베트남 하노이시에서 식용으로 사용될 고양이가 우리에 갇혀 있다.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가 있는 ‘동물을 위한 유로그룹’의 2021년 조사 결과, 베트남에서는 매년 500만 마리의 개와 100만 마리의 고양이가 식용 목적으로 도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노이시에선 식용 개고기 생고기가 1㎏당 약 15만~20만 동(약 8,000~1만1,000원)으로 돼지고기(1㎏당 10만~13만 동)보다 비싸지만, ‘없어서 못 먹을’ 정도다. 고양이 고기는 주로 농촌 지역에서 ‘작은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유통된다.

이렇다 보니 태국,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에서 개와 고양이를 밀수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길거리에서 훔치거나 잡아서 도살장에 파는 경우도 빈번하다. 현지 언론들도 식용 문제보다는 절도 피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백 년 이어진 식용 문화인데 …"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이어진 식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진단이 많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식용 자제 호소가 처음도 아닌 데다, 강제성 없는 권고이기 때문이다. 실제 하노이시는 2018년 ‘개·고양이 식용 문화 근절 캠페인’을 시작해 2021년 완전 추방을 목표로 삼았으나, 시행 6년차인 올해 관련 식당이 3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직장인 아잉밧(45)은 현지 매체에 “개와 고양이는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보양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고, 수백 년 전부터 먹던 음식이라 식용 문화가 사라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설 연휴 전후(개)와 월초(고양이)에 먹으면 액운을 쫓을 수 있다는 속설도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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