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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도국서 '그림자 경찰 부대' 운영… "자금·정보 주고 미 이익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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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도국서 '그림자 경찰 부대' 운영… "자금·정보 주고 미 이익 추구"

입력
2023.07.05 2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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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2개 국가서 '급여 2배' 개별 인원 선발
위조여권·마약 사건 등 수사... 범죄인 송환도
일각선 "미, 수사권 없는데... 옳지 않아" 비판

미국 당국의 지시를 받는 케냐의 '그림자 경찰관'이 지난해 9월 나이로비에 있는 한 재활센터를 방문해 조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미국 당국의 지시를 받는 케냐의 '그림자 경찰관'이 지난해 9월 나이로비에 있는 한 재활센터를 방문해 조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9월 주케냐 미국 대사관에 "소말리아계 미국인이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재활센터에 불법 구금됐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 왔다. 대사관은 즉시 케냐의 한 현직 경찰관에게 이 정보를 전달했다. 이 경찰관은 '조용히' 움직였다. 이전에도 비슷한 제보가 접수됐는데, 부패한 현지 경찰이 작전 내용을 유출해 두 번이나 허탕을 쳤던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그는 경찰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잠복근무를 한 뒤, '복지 점검 공무원'으로 위장해 현장을 급습했다. 그리고 16세 소년 등 미국 시민 2명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단독 행동'을 했던 이 경찰관은 미 정부가 별도로 고용한 현지의 '그림자 요원'이다. 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곳곳의 개발도상국에서 미국 정부가 자금을 대며 '그림자 경찰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 실태를 보도했다.

미 당국, 현지 경찰 부패 조사 후 개별 부대 운영

지난달 13일 케냐 나이로비 시내에서 정부의 금융법안에 반대하던 한 시위자가 현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케냐 나이로비 시내에서 정부의 금융법안에 반대하던 한 시위자가 현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뉴스

WSJ에 따르면, 미국이 '은밀하게' 별도의 사법집행 기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최소 12곳에 달한다. 미국을 위한 그림자 경찰 부대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국가는 케냐로,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 마약단속국(DEA), 야생동물관리국(FWS) 등이 현지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신문은 "마약 밀수, 여권 및 비자 위조, 인신매매, 미국 시민에 대한 범죄 등 (미국과 관련한) 거의 모든 사안에 관여한다"고 전했다.

이뿐이 아니다. 미 외교안보국(BDI)도 페루·필리핀 등에서 16개 조직을 두고 있다. FWS 역시 우간다·나이지리아에서 그림자 경찰을 지원하고 있다. WSJ는 "그림자 경찰 부대는 미국 대사관 또는 미 기관의 지시에 따라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수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 국제마약사법집행국 관계자는 "FBI와 DHS 등을 위해 전 세계 105개의 경찰 조직을 심사한 뒤, 개별적으로 인력을 고용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일괄 통제를 하지는 않아 정확한 규모, 지원 자금 총액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급여 2배' 그림자 경찰, 수시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받아

지난해 케냐의 '그림자 경찰 부대' 요원들이 백단나무 밀매 현장을 적발해 소각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미국 당국 지시를 받으며 활동한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케냐의 '그림자 경찰 부대' 요원들이 백단나무 밀매 현장을 적발해 소각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은 미국 당국 지시를 받으며 활동한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미국이 해외에서 이러한 조직을 운영하는 건 현지 경찰을 부패 의혹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택'을 받은 그림자 경찰은 두 배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 높은 수준의 훈련, 고급 정보도 제공받는다. 대신 미 당국으로부터 수시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는다.

성과도 많다. 예컨대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의 그림자 경찰은 지난 5월 아동성폭행 혐의로 미국에서 지명수배된 남성을 체포했다. 콜롬비아에서도 위조 미국 비자를 4,000~5,000달러에 공급하던 조직을 검거했다. FWS의 자금 지원을 받는 케냐의 그림자 경찰도 지난해 멸종 위기의 천산갑, 백단나무 등을 밀매하던 조직원을 붙잡았다. 코끼리 상아 10톤, 마약 등을 밀매한 범죄자를 미국 연방법원으로 송환하기도 했다.

비공개 MOU 맺었다지만… 비선 운용은 '논란'

메그 휘트먼(왼쪽) 주케냐 미국 대사와 모하메드 아민 케냐 범죄수사국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메그 휘트먼(왼쪽) 주케냐 미국 대사와 모하메드 아민 케냐 범죄수사국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다만 문제의 소지는 있다. 대부분은 주재국 정부와 미국 간 비공개 양해각서(MOU) 등에 근거해 활동하지만, 공식적인 정부 간 업무 공조는 아니다. 현지에서도 '그림자 경찰'의 존재를 인지하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한다. 무리기 카만데 케냐 변호사는 "미국은 (케냐에서) 수사권이 없다. 케냐 경찰이 외국의 요청에 따라 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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