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3억원 들여 표준영정 제작 공모
2025년까지 완성, 상상에 근거 불가피
"호랑이 젓을 먹고 살았다" 복색 고증
견훤 영정·사당 건립 등 선양 사업도
후백제의 창업 군주 '견훤'의 공식 초상화 작업이 추진 중이다.
전북 전주시는 7일부터 견훤의 표준영정 제작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고 5일 밝혔다. 표준영정은 정부가 공식 인증하는 위인의 초상화다.
견훤은 신라의 장군으로 889년 거병해 892년 무진주(현 광주광역시)를 점령하고, 900년 완산주(전북 전주시)를 수도로 후백제를 건국했다. 이후 35년간 궁예, 왕건 등과 함께 후삼국 시대 패권을 다투다 936년 사망했다.
경북 문경과 상주에선 견훤 사당과 숭의전을 건립해 제례와 향사를 매년 진행해 왔지만, 그간 견훤의 모습은 전해지지 않았다. 전주시가 견훤의 숭모제와 공연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표준영정이 없어 위패만 설치한 실정이어서 영정을 제작하기로 나선 것이다. 앞서 2017년 궁예의 표준영정을 제작한 강원도 철원군의 사례도 영향도 받았다.
시는 오는 7일 3억 원의 예산을 들여 표준 영장의 초안을 그릴 용역사 선정에 나선다. 이후 1년간 초안 제작을 마친 후, 문화체육관광부 심의를 받아 다시 1년 동안 채색 작업이 들어간다. 2025년까지 표준영정을 만든다는 목표다.
하지만 견훤의 초상이 완성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견훤의 얼굴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많지 않다. 삼국사기에는 "어린 시절부터 체격과 용모가 웅장하고 기이했으며 생각과 기풍이 활달하고 비범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시는 우선 '호랑이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삼국유사 기록이나, 견훤의 행적과 성품, 당시 사회상을 근거로 호랑이상을 가진 용맹한 왕을 표현한다는 구상이다. 또 황간 견 씨 등 후손들의 모습도 접목할 예정이다.
고증 문제도 넘어야 할 과제다. 모습 대부분을 상상에 의존해야 하는 까닭에 후백제 시대 유물을 바탕으로 당시 복색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데 최대한 주력하고 있다. 특히 표준이라는 위상 탓에 국민감정에도 부합해야 한다. 표준영정을 향한 가장 빈번한 지적은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남원시가 제작한 춘향 영정 역시 도저히 10대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곤욕을 치렀다.
시는 제작된 견훤 영정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선양 사업에도 나선다. 후백제 시대 무릉 유적이 있는 덕진구 아중리 일원에 사당을 건립하고, 견훤의 표준영정을 배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고증 및 학술연구를 마친 후 7명의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화가를 선정할 예정”이라며 “후삼국 시대 후백제의 왕도였던 전주의 문화적 고유성과 역사적 정체성을 고양하고 확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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