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새 시중은행 예고
당국, 경쟁 활성화 위해 참여 유도
큰 걸림돌 없으나 '저체급' 한계도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이르면 연내 전국망을 갖춘 시중은행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금융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유도하기로 하면서다.
5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향을 당국에 전달했다. 당국은 공식 신청이 접수되는 대로 전환 요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환이 성사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된다. 현재 시중은행은 5개 국내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과 2개 외국계 은행(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 등 7곳이다.
당국은 대구은행이 '메기'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새 시장 참여자가 투입되면 그간 과점 체제하에서 손쉬운 이자 장사에 안주하던 시중은행 간에 경쟁이 활성화하리라는 게 당국 기대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 발표 자리에서 "시중은행이 하나 늘어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라고 말했다.
전환 과정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자본금 1,000억 원과 주주 구성 적합성 등이 금융사가 시중은행 인가를 받기 위한 요건인데, 대구은행이 이를 대부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은행의 1분기 자본금은 6,806억 원에 달하고, 주요 주주 구성도 금산분리 등 지배구조 요건에 부합한다.
대구은행이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조달금리 인하다. 시중은행의 경우 지방은행보다 신용도가 높아 돈을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다. 시중은행이 되면 수도권 등 대구 외 지역 진출이 수월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대구은행 지주사인 DGB금융지주의 김태오 회장은 "창립 이래 56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은 물론 강원, 충청 등 보다 넓은 지역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며 "지역은행 본연 역할을 지금보다 더 충실히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구은행이 대형 메기로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수조 원대 자본금을 가진 5대 시중은행과 체급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당장은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대구은행이 얼마나 노력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시작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은행산업 진입 문턱을 낮춘다는 게 당국 방침이다. 지금은 당국이 은행 인가 방침을 먼저 발표한 뒤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되지만, 앞으로는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췄다면 언제나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메기를 당국이 고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대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촉진도 추진된다.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이라면 영업 구역 제한 없이 4개사까지 인수를 허용하기로 했다. 당국은 이달 안에 저축은행 인가 지침 개선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 개선은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며 금융당국에 특단의 조치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권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실질적 가격(금리)·서비스 경쟁을 불러일으킬 이번 방안으로 금리 인하, 선택권 확대 등 국민의 금융 편익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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