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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주도 '시행령 정치' 가속도... '법 위의 법'으로 국회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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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주도 '시행령 정치' 가속도... '법 위의 법'으로 국회 패싱

입력
2023.07.06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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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정부'... 거대 야당에 막혀 입법 곤란
대통령실이 끌고, 부처가 밀고... 시행령 우회
TV수신료 분리징수·집시법 등 줄줄이 개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대통령령(시행령)' 개정을 통한 정책 드라이브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지만 거대 의석 야당에 막혀 입법이 여의치 않자 우회로를 찾은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행령 정치'는 '법 위의 법'을 양산해 의회의 견제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KBS수신료 분리징수·집시법·보조금 줄줄이 시행령 개정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TV방송(KBS·E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분리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했다. 대통령실이 '국민 참여 토론'을 근거로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징수하도록 방통위에 권고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르면 11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달 중순쯤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시행령을 바꿔 외부 검증을 받아야 하는 보조금 사업 기준을 3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비영리 민간단체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다. 대통령실이 보조금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령을 수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조만간 집회·시위 소음 규제를 강화하고 도로 점거 금지를 확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도 행정안전부에 권고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이 5월 서울에서 1박2일 불법 노숙시위를 강행한 것에 맞선 조치다. 대통령실이 운영하는 국민 제안 홈페이지에 18만여 명의 참여자 중 약 70%가 집시법 개정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 꽉 막히자 우회로… 尹 "시행령·법률 개정 신속히"

이들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①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이슈를 던지고 ②부처가 시행령을 개정하도록 채찍질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과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개별 부처가 주도해 정부조직법 시행령을 고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인 총선이 열 달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성과가 없다 보니 고육지책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각종 국정과제 이행에 소극적인 공직사회에 대한 답답함도 묻어 있다.

윤 대통령 스스로 시행령 정치를 적극 주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일 각 부처 장관들에게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서 시행령 혹은 법률 개정을 통해 신속히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국무조정실은 이튿날 킬러 규제 개선을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중대재해 시 사업주에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정부가 규제 완화를 벼르는 다른 법안들도 시행령 개정으로 숨통을 틔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文정부도 시행령 정치… 상위법 저촉·국회 패싱 논란 불씨

물론 시행령 정치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역대 모든 정부가 야당과의 소통이 막혀 있거나, 국민 여론을 발판으로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 때 시행령 개정으로 비교적 손쉽게 입법의 문턱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2018년 경영계와 야당(현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시행령으로 확대했다. 또 2019년엔 국민연금의 경영개입 확대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상법 등의 시행령을 개정해 경영계가 "기업 옥죄기법"이라고 반발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법이 아닌 시행령을 앞세우는 건 지속가능성이 낮고, 상위법과 충돌할 우려가 많다. 당장 방송법(64조)에는 TV수신료 납부 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방송법 시행령에서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의무를 없애면서 상위법이 무력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거야 장벽을 뚫지 못하다 보니 시행령 정치나 차관 정치가 나오는 것"이라며 "총선이 다가오지만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아 당분간 우회로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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