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장관 후보자, 운동권 출신 우파 학자
MB 정부 때 통일비서관 지내며 공직 첫발
尹 대북관을 정책화할 적임자로 꼽힌 듯
통일부, 인권 고리로 대북 압박 선봉 설 듯
"북한의 그릇된 논리에 우리가 사회화됐다.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남북대화는 없다고 했고, 우리는 지레 겁먹어 말도 못 했다. 이건 무척 잘못됐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난 3월 17일 본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북 강경파’ 김영호(64)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낙점하면서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과 대화·교류·협력의 담당부처인 통일부가 인권 문제를 고리 삼아 북한을 향해 화력을 쏟아붓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원칙'을 지키면 북한이 버티지 못하고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는 게 김 후보자의 판단이다.
6·25전쟁, 대한민국 건국 등 연구…2000년대 중반 '뉴라이트 운동' 참여
김 후보자는 좌에서 우로 돌아선 국제정치학자다. 서울대 외교학과 '78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1980년대 '도서출판 녹두'의 대표를 지내며 각종 사회과학서를 번역, 출판했다. 특히 소련 공산당의 공식 철학서를 번역해 '세계 철학사'라는 이름으로 출판했는데 이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0개월간 투옥했다.
미국 유학 시절 동구권 붕괴를 목격한 김 후보자는 우파로 노선을 변경한다. 귀국 후에는 6·25전쟁과 대한민국 건국과정을 연구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뉴라이트(새로운 우파) 운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직에 입문했다. 2011년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1년간 일했다. 당시 대외전략비서관은 현 정부 외교분야 '키맨'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둘은 이때부터 관계가 각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올 3월 통일부의 통일미래기획위원장에 임명돼 연말을 목표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청사진인 '신(新)통일미래구상'을 주도해 왔다.
김 후보자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 중심의 통일관"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낙점한 건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자신의 대북관을 정책으로 구현할 적임자라고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본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를 대단히 강조한다"면서 "정치체제를 중심으로 대외정책과 남북관계를 보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자유민주진영의 연대를 기반으로 북한을 압박해 변화를 유도하고, 최종적으로는 체제가 우월한 남한을 중심으로 통일을 달성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대북관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김 후보자는 북한이 도발 국면을 오래 끌고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권력 내부에서 '지난해부터 미사일을 수십 발 쏴서 얻은 것이 뭐냐'는 목소리가 나올 때가 됐다"며 "군부 강경파 대신 남북 대화파가 조만간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통일부는 북한 인권을 앞세워 '선전전'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일부는 3월 북한 내부의 유린 행위를 담은 인권보고서를 최초로 발간했는데,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보고서 발간은 현 정부의 큰 업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김정은 체제의 치부를 건드리며 북한과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중단했던 대북 전단 살포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재개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통일부는 연초부터 이들 두 가지 대북 압박수단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미는 형태의 남북교류협력은 상당 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김 교수는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 방송을 볼 수 있다면 북한 주민도 우리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해야 진정한 교류협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대북정책이 큰 틀에서는 달라질 게 없다는 평가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장관이 바뀐다고 해도 현 정부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따라 북한 핵을 억제, 단념시킨 후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 안에서 정책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향후 우리 당국의 행동을 지켜보며 대응수위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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