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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은 자업자득... 박탈감·불안 키운 무한경쟁·양극화 해소해야"

입력
2023.07.03 04:30
수정
2023.07.03 11: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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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쇼크가 온다] 저출생 진단과 대안
출산율 0.78 비정상… 원인 파악이 우선
"입양·비혼 출산에도 동등 지원과 존중을"
육아는 여성이? 성 평등 이뤄야 위기 극복
"예산 허수 많아… 과감한 지원 없어 실패"

편집자주

1970년 100만 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 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 년. 기성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3회에 걸쳐 '절반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위기 실태와 대안을 살펴본 '절반쇼크가 온다' 기획을 마무리하는 대담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이진송 작가,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안다은 인턴기자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위기 실태와 대안을 살펴본 '절반쇼크가 온다' 기획을 마무리하는 대담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이진송 작가,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안다은 인턴기자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가 "인구 감소 위기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은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지 17년이 지났다. 그의 예언대로 대한민국 출산율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위기 의식과 절박함이 없는 건 아니었다.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어디부터 잘못됐을까. 한국일보는 인구 위기를 조명한 '절반쇼크가 온다' 창간기획을 마무리하며, 저출생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대담을 진행했다.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인구학자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독립잡지 '계간홀로' 발행인 이진송 작가가 머리를 맞댔다.

추락하는 출산율 "청년에 희망 못 준 한국, 자업자득"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280조 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토막인 25만 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명대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280조 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20년 전의 반토막인 25만 명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사진은 2019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또 꼴찌다.

홍석철 상임위원(홍)="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환경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저출생 위기에 맞선 정부 대응 역시 낙제점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최슬기 교수(최)="과거 독일 통일 직후 동독의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진 적이 있다.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하던 '체제 붕괴' 상황이었다. 정상적 사회에서 0.7명대 출산율은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다. 대한민국 시스템 전반이 고장 났다는 증거다."

신경아 교수(신)="그동안은 아이는 낳고 싶은데 현실적 여건 탓에 포기한 '비자발적 선택'이 강했다면, 지금은 비출산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당장 내 삶도 버티기 힘들고 앞으로도 나아질 거란 희망이 희박한 상황에선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거다."

이진송 작가(이)="나라에선 인구 감소가 위기라고 하지만, 여성에게 출산은 '내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이를 낳으라고 다그치는데, 아이에 친화적인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카페에 들를 때마다 노키즈존이 있는지부터 체크한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사회에서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자업자득이다."


"무한 경쟁·양극화가 키운 박탈감·불안에 아이 안 낳아"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이진송(왼쪽) 작가와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곤두박질 치는 출산율의 원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이진송(왼쪽) 작가와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곤두박질 치는 출산율의 원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무수한 원인 중 핵심 몇 가지를 꼽아본다면.

최="요즘 세대는 불안을 느끼는 정도와 깊이가 달라졌다는 걸 정부에서 알았으면 좋겠다. 젊은 여성들에겐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도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이다. 불안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도 과거 세대보다 약해졌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질수록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 1997년 IMF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0년대 초, 그리고 '헬조선' '각자도생' 담론이 퍼진 2015년 이후에 출생률이 크게 꺾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청년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은 모든 것이 준비된 완벽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인식되고 있다. 데이팅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외국은 카페 서빙 아르바이트를 직업으로 가진 출연진이 등장하지만, 한국에선 고소득 정규직과 전문직들이 나와 집은 있는지, 돈은 얼마나 모았는지 '스펙'부터 따진다. 결혼과 출산의 계급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아닐까."

홍="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결혼과 출산의 기회비용이 빠른 속도로 높아진 데 반해 양육과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투자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공고히 퍼진 가부장 문화, 가족친화적이지 못한 기업문화, 입시부터 취업까지 과열된 무한 경쟁, 그리고 아동과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경제 논리에 밀려 소홀히 다뤄진 점도 원인이다."


"고정된 성 역할 강요... 남녀 모두에 불행"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고정된 성별 역할을 강요하는 현실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육아 돌봄이 여성들 몫으로만 굳어지면, 커리어를 포기할 수 없는 여성은 아이를 낳지 않을 수밖에 없다. 최근엔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엄마들이 딸의 '비출산'을 지지해주는 '세대 간 동맹'마저 나타나고 있다. 남성들도 불행하긴 마찬가지다. 안정적 일자리가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계 부담을 더 많이 떠안으며 압박을 받고 있다."

이="2015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페미니즘 리부트'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강남역 살인사건이후 2030 여성들은 한국 사회가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을 얼마나 집요하게 착취하고 있는지 각성했다. 세월호 참사, 노키즈존, 스쿨존 논란 등을 거치면서 아이 안전을 사회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졌다. 출산이 잘하는 일인지 끊임없이 자조하고 검열하게 됐다. 오죽하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모성'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저출산 예산 허수 많아" "일회성 현금 지원은 헛발질"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홍석철(왼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과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저출생 대책 방향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홍석철(왼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과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저출생 대책 방향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저출생 대응 예산에 수백조 원을 쓰고도 출산율은 끌어 올리지 못했다.

홍="16년간 280조 원을 쏟아 부었지만 성과가 없었으니 수치로만 보면 실패가 맞다. 하지만 저출산 예산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임 정부 때 만들어 놓은 '4차 기본계획'에 따라 편성된 저출산 대응 예산이 51조 원인데, 백화점식 정책이 남발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임신, 출산, 양육, 돌봄, 일-육아 병행 지원 등 실질적인 저출산 예산은 20조 원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최근 5년 동안에는 예산이 크게 늘지 않았다. 280조 원 전체가 저출산 예산이라고 포장된 것부터가 문제다. 정작 필요한 예산은 오히려 부족했다. 과감한 정책이 없어서 실패한 게 아니라, 과감한 지원이 없어서 실패했다."

최="진짜 필요한 곳을 선별해 제대로 돈을 썼는지 살펴보면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육아휴직 지원금과 아동수당이 확대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개선되다 보니 체감하기 쉽지 않다."

신="돈을 제대로 쓰려면 성 평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는 게 우선이다. 육아기 재택·단축근무만 봐도,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여성 채용을 꺼려하지 않겠나.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개별 정책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아이 몇 명 낳으면 얼마'라는 일회성 현금 지원은 헛발질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아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발상 자체가 온당치 않을 뿐더러, 돈으로 출산을 강요하는 게 폭력처럼 느껴져 반발만 키울 수 있다."


"여성을 출산 도구로 인식하는 구태 반복 말아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회의가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회의가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나.

홍="부처들과 협력해 정책 계획을 수립하고, 평가·보완하는 게 법적 역할이지만, 그동안 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인구 위기를 총력 대응하기 위해,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협의체인 인구정책기획단을 위원회 내부에 신설했다. 부처별로 산재한 인구 관련 정책 어젠다를 통합하고 새롭게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인구정책평가센터도 설립할 예정이다. 향후 활동을 지켜봐달라."

최="청년들이 느끼는 결혼과 출산의 어려움을 위원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해왔는지, 출산 장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 가치관을 강요하는 '올드스타일' 정책은 오히려 출산율을 떨어뜨릴 뿐이다."


"비혼 출산 등 다양한 가정 지원하는 상상력 필요"

비혼 가정 최초로 아들 젠과 함께 합류를 알린 사유리씨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모습. KBS2 캡처

비혼 가정 최초로 아들 젠과 함께 합류를 알린 사유리씨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모습. KBS2 캡처

신="여성을 출산 도구로 인식하는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에선 큰 그림을 그려주는 게 중요하다. 여성을 존중하고 아이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사회 돌봄 영역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것도 중요하다. 양육을 개별 가족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규정하면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뀔 수 없다. 돌봄은 국가 책임이며, 부모가 원하는 만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생길 것이다."

이="결혼을 전제로 한 출산·양육의 공고한 연결고리를 끊어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고도 가정을 꾸릴 수 있고, 출산하지 않고도 양육할 가능성에 대해 우리 사회는 굉장히 폐쇄적이지 않나. 비혼 출산을 선택한 방송인 사유리씨를 두고 정상 가족을 무너뜨린다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이혼율이 높아서 정상 가족 테두리에서 자라지 않는 사람도 많다. 미혼모나 입양 가정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이 차별받지 않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유럽 '라테파파'처럼... 아빠 출산 휴가 어떨까"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7에서 극중 육아 휴직을 낸 남성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 tvN 제공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7에서 극중 육아 휴직을 낸 남성이 아이를 돌보고 있다. tvN 제공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구체적 정책이 있나.

홍="우리나라는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이 30%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남성들이 가계 소득 감소를 우려해 육아휴직 사용을 주저하게 된다. 과감하게 지원을 늘려야 청년들 인식을 바꿀 수 있다. 한국에선 고용보험 기금에서만 지급되지만, 소득대체율이 70%에 달하는 유럽은 사회보험기금 등을 신설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최="한국에서 육아휴직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같은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사각지대를 없애고, 짧게라도 육아휴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아빠 출산 휴가'를 한달이라도 쓰는 방식을 제안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빠에게 양육의 공동책임자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면, 복직 후에도 자연스럽게 남성들의 육아 참여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아빠 출산 휴가 때는 100% 통상임금이 지급돼야 한다.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라는 데 공감한다면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북유럽의 '라테파파'도 남성들의 육아 휴직이 보편화하면서 자리 잡았다."

신="노동시장에서 성별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는 데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외벌이보다 맞벌이 가정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임금과 고용 형태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실패해도 괜찮아', '다르게 살아도 된다'고 말해줘야"

가족의 모양은 다양하다. 부부와 자식 둘이 사는 ‘4인 가구 모델'은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 사진은 11일 경기의 한 쇼핑몰 앞에서 만난 두 가족 모습. 왼쪽은 결혼 3년 차인 1990년대생 부부와 ‘개모차’에 탄 반려견 베리. 부부는 “자녀 계획은 있지만 당장은 생각이 없다”며 “한국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아 딩펫족(아이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부부)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결혼 9년 차인 80년대생 부부와 두 살배기 둘째 딸. 83년생 아빠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는 게 최소한의 효도”라면서도 “외벌이로 부모 도움 없이 가족을 부양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는 하다”고 말했다. 하상윤 기자

가족의 모양은 다양하다. 부부와 자식 둘이 사는 ‘4인 가구 모델'은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 사진은 11일 경기의 한 쇼핑몰 앞에서 만난 두 가족 모습. 왼쪽은 결혼 3년 차인 1990년대생 부부와 ‘개모차’에 탄 반려견 베리. 부부는 “자녀 계획은 있지만 당장은 생각이 없다”며 “한국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아 딩펫족(아이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부부)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결혼 9년 차인 80년대생 부부와 두 살배기 둘째 딸. 83년생 아빠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아이를 낳는 게 최소한의 효도”라면서도 “외벌이로 부모 도움 없이 가족을 부양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는 하다”고 말했다. 하상윤 기자

-청년들이 아이 낳고 살 만한 사회가 되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홍="한국은 급격한 산업화 속에 생애 초기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가족, 아동, 공동체 가치를 소홀히 해왔다. 그런 희생을 딛고 경제 선진국이 되었으니, 이제는 잃어버린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유연하며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대전환을 위해선 가족, 기업, 정부 등 구성원 전체의 인식 전환과 동참이 필수적이다."

최="다가올 미래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사회가 돼야 한다. 개개인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이를 키워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신="성별·계층 간 불평등이 크고 수직적인 사회일수록 출산율이 낮은 편이다. 한국이 대표 사례 아닐까. 성별·계층 격차를 줄이고 구성원들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려면 민주적이고 탈권위적인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어떤 부모에게 태어나든 아이의 돌봄과 성장을 지원하는 일차적 책임은 국가가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제도와 문화 속에서 구현될 때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보장될 것이다."

이="청년 세대의 최우선 가치는 생존이다. 생사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구성원에게서 배제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의미까지 포함한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정상성'에 대한 압박이 매우 커서 실패나 지연, 다른 선택을 용인하는데 인색하다는 거다. 그렇다 보니 '이성 간 연애-결혼-출산-육아'로 이어지는 하나의 루트만 표준으로 제시된다. 아이를 낳아도 괜찮고, 아이를 낳지 않아도 괜찮은,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삶이 위협받거나 침해당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강윤주 기자
최나실 기자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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