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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생활 중에 취득한 재산은 누구의 것일까

입력
2023.06.28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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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규
오용규변호사

편집자주

판결은 재판받는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모든 법원이 따르는 규범이 된다. 규범화한 판결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판결과 우리 삶의 관계를 얘기해 본다.

삽화=신동준기자

삽화=신동준기자


시대별로 바뀐 부부재산제도
부부공동재산, 국가별로 차이
일방 처분 막는 제도는 필요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일방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일방의 특유재산으로 보는 제도이다. 대법원 판례는 부부가 혼인 중에 협력하여 마련한 재산이라도 그 재산 명의인의 특유재산으로 본다. 다만 재산을 취득할 때 그 대가를 부담한 경우와 같이 구체적으로 기여를 한 경우에는 특유재산을 부정할 수 있는데 처의 가사노동, 내조의 공만으로는 특유재산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한다.

부부재산제도에 대한 고려 이전 기록은 남아 있지 않고 ‘고려사’에 남녀의 구분 없이 재산을 균분한다는 기록이 일부 남아 있다. 조선시대 경국대전이나 문서를 보면 조선 전기에는 재산의 취득, 소유, 상속에서 남녀의 차이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조선 후기 성리학의 영향을 받으면서 가족이 장자 중심으로 흘러갔다. 일제강점기에는 혼인 후 아내가 재산의 소유명의를 가질 수는 있었지만 남편이 아내의 재산에 대한 관리·수익권뿐만 아니라 처분권까지 가졌다.

물론 우리나라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도 1965년 이전에는 혼인 전에 부부가 소유한 모든 동산 및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공동재산을 구성하고 남편이 부부의 공동재산과 처의 특유재산을 관리하였다. 1985년 민법 개정 이후에서야 부부 공동재산에 대한 부부의 공동관리가 인정되었다.

세계 각국의 부부재산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우리나라와 같은 부부별산이고, 다른 하나는 부부 공동재산제이다. 공동재산제는 원칙적으로 혼인 중 취득하는 재산은 부부 누구의 명의인지를 불문하고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추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프랑스는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명의를 불문하고 공동재산으로 구성한다. 다만 거래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부 각자에게 공동재산에 관한 관리·수익 및 처분권을 부여하지만 매매와 같은 처분행위에는 상대방 배우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혼인 중에는 부부의 공동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단독으로 자기의 재산을 관리·수익·처분할 수 있다. 다만 이혼 등으로 혼인이 해소될 때에는 혼인 중 증가한 재산을 각자 절반으로 분할한다.

미국의 부부재산제는 주마다 다르나 대다수의 주가 부부별산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일부 주만 공동재산제를 채택하고 있다.

영국은 부부 각자 명의의 고유재산만이 있을 뿐 공동재산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혼인 그 자체는 부부의 재산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혼인 중 취득한 주택은 공동으로 등기하는 관례가 있을 뿐이다. 이혼 시에는 법원의 광범위한 재량에 의하여 재산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혼인 중 재산에 대해 명의를 가지지 못한 배우자를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자기 명의 재산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재산은 아내에게 몰아주고 빚은 남편만 부담하여 빚을 갚지 않으려 별산제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부부 공동재산제가 더 나은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부부 공동재산제의 가장 큰 문제는 재산 처분 시 소유 명의가 없는 다른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거래 상대방이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부부 공동재산제를 도입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우리 민법이 별산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부부가 혼인 중에 형성한 재산은 기본적으로 부부의 공동재산이기 때문에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상속세 부과 시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 다만 별산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부부 일방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이라는 이유로 일방이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오용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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