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회사 밀가루 출하 가격 내리자
농심·삼양식품 라면값 인하 결정
오뚜기·팔도 등도 "인하 검토 중"
![농심이 다음 달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신라면의 모습. 연합뉴스](https://newsimg-hams.hankookilbo.com/2023/06/27/2d99d958-63df-483a-b265-3706b339cd86.jpg)
농심이 다음 달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신라면의 모습. 연합뉴스
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정부의 압박에 라면업체들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업계 1위 농심이 대표 제품 신라면과 새우깡 값을 내리기로 하면서 삼양식품 등 다른 업체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라면값이 내려간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밀가루 가격 하락에 따라 라면값이 조정되면서 제빵·제과 등 밀가루를 사용하는 다른 식품업체들도 가격 인하의 부담을 안게 됐다.
농심·삼양식품 라면값 내린다…오뚜기는?
![농심이 7월 1일부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신라면과 새우깡의 모습. 연합뉴스](https://newsimg-hams.hankookilbo.com/2023/06/27/b64af37f-b8c0-4c2a-a480-e23dccf1b043.jpg)
농심이 7월 1일부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신라면과 새우깡의 모습. 연합뉴스
농심은 다음 달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소매점 기준 1,000원짜리 신라면 한 봉지는 50원, 1,500원짜리 새우깡은 100원 가격이 내려간다.
농심의 결정에는 국내 제분회사가 다음 달부터 밀가루 출하가를 내리기로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다음 달부터 농심이 제분회사에서 공급받는 밀가루 가격이 5% 싸지면서 80억 원을 아낄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이번 가격 인하로 소비자들이 연간 200억 원 이상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2개 제품만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이유는 소비자가 물가 하락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농심 관계자는 "비용 절감액을 여러 제품으로 분산해서 적용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할인 효과는 한 제품당 10원도 안 된다"며 "라면과 제과 중 가장 잘 팔리는 제품에 집중해 인하 효과를 키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라면 회사들도 바빠졌다. 삼양식품은 다음 달부터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등 12개 대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내리기로 했다. 삼양라면(5개입)은 할인점 판매가 기준 3,840원에서 3,680원으로, 짜짜로니(4개입)는 3,600원에서 3,430원으로 저렴해진다.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빠졌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은 해외 매출 비중이 더 큰 품목이라 국내와 해외 가격을 맞춰서 운영한다"며 "국내 가격 인하 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쉽게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해외 수출 비중은 올 1분기 기준 64%이며 해외 매출에서 불닭볶음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오뚜기와 팔도는 "라면 주요 제품의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풀무원은 "지난해 다른 업체들이 줄인상할 때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라면값 인하에…제빵·제과업계도 긴장 모드
!['서민 식품'으로 꼽히는 라면은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군 중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newsimg-hams.hankookilbo.com/2023/06/27/36ae6f8a-40c9-46b1-aa46-369b0309089d.jpg)
'서민 식품'으로 꼽히는 라면은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군 중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
라면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내리는 것은 제분업체가 최근 정부 요청에 따라 밀가루 출하가를 낮추기로 하면서 버틸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라면값을 낮춰 달라 당부하면서 가격 인하의 압박을 느껴왔다.
국제 밀 선물가격은 시카고 선물거래소 기준 지난해 5월 톤당 419달러까지 올랐다가 점점 떨어져 이달 234달러 수준으로 내렸다. 그러나 라면과 제분 등 관련 업계는 밀 가격이 여전히 평년(201달러)보다 비싸고 국제 밀 가격 등락이 수입 가격에 반영될 때까지 3~9개월 시차가 생긴다며 여전히 원가가 부담된다고 주장했다.
제빵·제과업체들은 당장은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여론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제빵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은 원·부자잿값뿐 아니라 가공비, 물류비 등 여러 비용을 고려해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며 "원재료 한 품목의 값이 내려갔다고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제빵·제과업체들도 2010년 밀가루 가격 하락에 따라 제품 가격을 내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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