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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장모가 이긴 취득세 소송... 조세심판원은 왜 세금이 적법하다고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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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 대통령 장모가 이긴 취득세 소송... 조세심판원은 왜 세금이 적법하다고 봤나

입력
2023.07.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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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불복' 조세심판원 결정문 입수
최씨 "계약명의신탁"... 심판원에선 기각
"최씨, 사실상 계약 체결·매매대금도 지급"
"계약현장에 최씨 있었다" 진술도 감안
1심은 정반대 판단... "구청, 입증 못해"
2심 시작... '매도인 인지 여부' 쟁점될듯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가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에 부과된 세금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법원보다 먼저 사건을 다룬 조세심판원이 "매매 계약은 실질적으로 매도인과 최씨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에 취득세 부과는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판원의 구체적 판단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최씨가 1심에서 승소한 이 사건의 2심에서는 땅을 파는 사람이 명의신탁 '실제 계약자'가 최씨라는 사실을 알았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4일 본보가 입수한 심판원의 '취득세 부과 처분 불복 심판' 결정문에 따르면, 성남시 중원구청은 2020년 8월 최씨에게 도촌동 땅 6필지 55만여㎡에 대해 취득세 등 1억5,000여만 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구청은 최씨가 세금 탈루 목적으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을 했다고 봤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은 신탁자(실권리자·여기선 최씨)와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직접 맺은 뒤 등기를 수탁자(자기 명의로 등기해 주는 사람) 이름으로 대신 올리는 명의신탁의 일종이다. 이 경우 실제 땅을 사려는 사람(신탁자)이 매도인과 직접 계약한 것으로 간주해, 신탁자에게 세금 부과 의무가 주어진다.

최씨가 이 땅을 살 때도 등기부등본상 2013년 12월 도촌동 땅 명의자는 한국에버그린과 김모씨였다. 하지만 구청은 땅 매매의 실제 계약자이자 소유주를 최씨와 그의 동업자 안모씨로 봤다. 그래서 취득세는 최씨에게 부과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구청은 최씨가 명의신탁 등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로 기소된 점도 고려했다.

하지만 최씨 생각은 달랐다. 최씨는 땅 계약 과정에서 명의신탁이 있었더라도 이는 '계약명의신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①매매 계약을 수탁자(한국에버그린과 김씨)가 했고 ②매도인도 명의신탁 혐의 재판에 "도촌동 땅 계약 체결 당시 현장에 최씨가 방문한 적이 없고 매매계약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보냈기 때문에 세금 부과는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수탁자와 매도인 간에 계약이 이뤄진 계약명의신탁은 판례상 신탁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통장잔고증명서 위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항소심 첫 재판을 위해 지난해 11월 4일 경기 의정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통장잔고증명서 위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항소심 첫 재판을 위해 지난해 11월 4일 경기 의정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법원에 앞서 이 사건을 검토한 심판원은 지난해 5월 구청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특히 관련자 진술에 주목했다. ①최씨가 명의신탁 관련 검찰 조사에서 "도촌동 부동산은 제가 매입했고 잔금을 치르기 위해 대출도 받았다"고 밝혔고 ②최씨 과거 동업자인 안씨, 도촌동 부동산 매매에 관여한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최씨도 도촌동 부동산의 실소유주"라고 언급했다는 취지였다. 땅 소유주가 최씨니, 세금도 최씨 몫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심판원은 도촌동 땅 관련한 재판에서 김씨가 "계약 당시 최씨가 함께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매도인이 최씨가 실계약자라는 걸 알았을 것이라는 정황도 결정문에 담았다.

그럼에도 1심 법원은 지난 5월 최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구청이 3자간 명의신탁의 입증 요건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김씨 진술 등만으로는 매도인이 실제 계약자가 최씨라는 걸 알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땅 계약을 사전 협의하고 실제로 체결한 상대방은 한국에버그린 등이었다는 매도인의 설명을 고려하면 (3자간 명의신탁이 아닌) 계약명의신탁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 쟁점은 결국 '매도인이 최씨와 계약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의 여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례에 비춰보면 구청이 녹취와 메신저 대화 같은 물증을 제출하거나 계약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최씨의 명의신탁 자체는 형사재판에서도 인정된 만큼 '매도인이 알았느냐'에 대한 검토에 따라 2심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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