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조정단가 1kWh당 5원 그대로 유지
여름철 냉방 수요 급증 따른 국민 부담 고려
한전 누적 적자 45조 원…재무 개선 갈 길 멀어
지난해 2분기부터 5회 연속 인상됐던 전기요금이 올해 3분기(7~9월)는 오르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크게 올랐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여름철 냉방비 부담을 고려해 정부가 요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한국전력은 올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될 연료비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은 다섯 번에 걸쳐 kWh당 총 40.4원 올라 인상률은 39.6%를 찍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 등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조정단가는 매 분기 직전 3개월 동안의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데 정부는 지난 분기와 똑같은 5원으로 결정했다. 더불어 전력량 요금 등 다른 전기요금 항목 또한 손대지 않았다.
여름철 냉방 수요 급증…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세 영향도
이번 전기요금 동결은 냉방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4일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인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최근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기록 중인 점 등을 두루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크게 뛰었던 국제 유가 또한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이번 전기요금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는 이달 기준 74.25달러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한전의 누적 적자가 45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중단되면서 재무 건전성 회복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h당 51.6원으로 산정했지만 올해 1분기 13.1원, 2분기 8원 등 21.1원 올리는 데 그쳤다. 한전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8조5,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6조2,000억 원의 적자를 내 44조7,000억 원의 적자가 쌓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4분기(10~12월) 요금은 30.5원을 올려야 하지만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일정 등으로 볼 때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여론을 의식해 추가 인상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3분기 요금을 약간이라도 올렸다면 하반기 추가로 발생할 적자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지난해 12월 개정했던 한전 회사채 발행 한도를 또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한전채 발행 규모는 11조2,0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에서 한전이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선 재무 구조 정상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적자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 해도 요금 인상을 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송전망 확충에만 50조 원 넘는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한전 경영이 정상화돼야 대내외 산업 여건 또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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