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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원격의료는 정말 가능할까요?

입력
2023.06.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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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혁
서상혁아이엠디티 대표이사·VIP동물의료센터 원장

편집자주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수의사이자 동물병원 그룹을 이끄는 경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과 사람의 더 나은 공존을 위해 지금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집 반려동물은 행복할까? 저 작은 솜뭉치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그들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처럼 이종과 함께하는 삶은 풋풋한 호기심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동물이 아프기라도 하면 풋풋했던 호기심은 한없는 답답함으로 바뀝니다. 동물이 어제와 달리 어딘가 이상해 보일 때,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인지 정말 어디가 아픈 건지 말을 해주면 좋을 텐데 그들은 큰 눈만 멀뚱거리며 우리를 응시할 뿐입니다.

며칠 전 모 금융그룹에서 발간한 2023 반려동물보고서에 흥미로운 대목이 실렸습니다.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수의사와 1대 1 채팅 등을 통해 상담할 수 있는 반려동물 원격의료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려 가구가 전체의 41.5%로 나타난 것입니다. 유료 서비스의 이용 의향이 반반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전체 가구의 97.5%가 유료 반려동물 원격의료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원격의료상담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이유로는 병원 내원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동물병원 내원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런 동물 원격의료에 대한 높은 관심은 동물이 아플 때 느꼈던 보호자의 답답함이 투영된 결과일 것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동물 원격진료는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 가지 법률적 허들만 넘는다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닐뿐더러, 코로나 시기를 보내면서 우리 사회가 사람 비대면 진료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으니까요.

여기까지만 보면 당장이라도 원격의료를 시작하면 될 것 같지만, 동물 원격의료는 말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동물의 원격의료는 사람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동물병원의 진료 과정을 경험해 보셨다면 사람 병원보다 진료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느끼셨을 겁니다. 동물병원은 아픔을 설명하는 대상과 치료받는 대상이 다른 특수한 진료 경험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수의사라고 동물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동물이 보이는 몸짓 언어를 통해 대략적인 의사를 파악할 수 있다지만, 이 또한 상황에 따라 맥락적으로 몸짓 언어를 해석해야 하는 등 한계가 명확합니다. 결국 수의사는 오로지 보호자의 말에 의존해 진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호자 역시 동물의 마음을 몰라 전전긍긍하는 답답한 이종에 불과하죠. 결국 수의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사를 진행해야 하고, 자연히 진료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호자가 환자의 상태를 수의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의 상당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다 보니, 수의사는 보호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뿐더러 환자에 대한 시진, 촉진, 청진 등을 통해 수의사가 판단해야 하는 요소가 훨씬 많아지게 됩니다.

동물병원 현장의 진료가 이러한데, 휴대전화나 모니터 너머의 동물 진료는 어떨까요? 동물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오로지 보호자의 말에만 의존해야 하는 진료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입니다. 동물의 상태에 대한 보호자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듣고 수의학적 진단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까요? 무엇보다 그것이 윤리적인 행위일까요? 그간 국내에서도 동물 원격상담과 유사한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비대면 상담이 동물병원에 가보세요로 귀결되었던 이유입니다.

물론 동물 원격의료의 범위를 몇 가지 진료로 좁힌다면 동물 원격의료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건강한 동물에 대한 구두 건강상담이나 경증의 질병에 대한 초진이 이뤄지고 난 뒤의 재진, 정기적인 대면 진료를 전제로 한 만성질환의 비대면 관리 정도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죠.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의 편리하고 정확하기까지 한 원격의료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간이 동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그들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동물의 마음을 해석할 수 있는 도구가 발명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그랬듯이 또다시 인간은 답을 찾아낼 것인지, 저 역시 궁금해집니다.

서상혁 아이엠디티 대표이사·VIP동물의료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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