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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바지 등원' 20년 만에 다시 본 유시민 "미쳤네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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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바지 등원' 20년 만에 다시 본 유시민 "미쳤네 미쳤어"

입력
2023.06.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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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지지하지 않지만, 나라 망하지 않아"
"나라가 안 도와주면 '각자도생' 이 악물고 살아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KBS 더 라이브 유튜브 캡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KBS 더 라이브 유튜브 캡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년 전 처음 국회 등원할 당시 '백바지' 논란 영상을 보고는 "미쳤네 미쳤어"라며 멋쩍어했다. 그는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나라가 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13일 밤 KBS 2TV 시사프로그램 '더라이브'에 특별 출연했다. 개편을 맞아 시청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초대 손님 1위로 꼽혀 방송에 나온 것. 방송사가 준비한 2003년 국회 등원 당시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자 그는 "베이지색 바진데, 전쟁터에 나간 군인 비슷하죠"라며 "제가 지금 보면 미쳤네요, 미쳤어"라고 쑥스러워했다. '민망하시냐'고 진행자가 묻자 "민망하죠"라며 "왜 또 저런 걸(영상을) 가져오셨어"라고 답했다.

2003년 4월 재보선에서 국민개혁정당 의원으로 당선됐던 그는 같은 달 29일 백바지(흰색 바지)를 입고 등원했다. 국회의원 선서를 위해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자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유 이사장의 옷차림을 용납할 수 없다며 항의의 의미로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도 "모양이 좋지 않다. 내일 다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해, 결국 그는 다음 날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출석해 선서를 마쳐야 했다. 당시 언론에 "일하는 곳에서는 일하기 가장 편한 복장으로 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적으로 너무 옹졸하다. 섭섭하다"고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던 걸 감안하면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 셈이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는 유 전 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은퇴세대 노후 문제, 연금 개편 문제, 청년 문제 등 현안에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무대보다는 객석이 어울리는 시간"이라며 '정계 복귀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제가 대통령보다 나이가 한 살 많아, 제 생애 처음으로 저보다 젊은 대통령을 만났다"며 "그러니까 더 이상 무대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고, 좀 어둑어둑한 데서 남 눈에 안 띄게 구경하는 게 편해지는 시기"라고 했다.

다만 "무대에서 공연되는 게 반드시 즐거운 작품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 상영되는 작품은 그렇게 즐거운 작품은 아니어서 우울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는 뼈 있는 말도 했다.

"무대보다는 객석이 어울려" 정계 복귀에 선 그어

2003년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시민(왼쪽) 국민개혁정당 의원이 흰색 면바지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단상에 서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3년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시민(왼쪽) 국민개혁정당 의원이 흰색 면바지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단상에 서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통령이 누가 돼도 나라 안 망한다"는 과거 자신의 발언이 아직 유효한지 묻는 진행자 질문에 "그럼요"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상대방이 이기면 나라 망할 것처럼 말하는데 거짓말이고, 대한민국이 조금 다르게 된다"며 "때로는 조금 많이 다른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지만, 인간의 일을 어떻게 예단하나"고 되물었다. 이어 "그렇게 주장할 수는 있는데 너무 진지하게 그 생각에 빠지지 말자는 뜻으로 했던 말"이라며 "지금 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대한민국이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생각할 때 바람직한 사회와는 아주 다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싫으면 바꾸면 되죠, 나중에 기회 있을 때"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유 전 장관은 시민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을 요청받자 "나라에서 안 도와줄 때는 그냥 이 악물고 자기 힘으로 살아야 된다"며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나쁜 말 같지만 어차피 아무도 안 도와줄 때는 각자도생 정신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악물고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나가자, 저도 스스로를 격려하고 우리 동시대 시민들께도 그런 용기를 가지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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