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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보다 6년 밀린 결혼연령... "칼 들고 협박해도 못하겠다"는 청춘도

입력
2023.06.14 11:00
수정
2023.06.2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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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쇼크가 온다: 1-④절반세대 탄생의 기원]
통계로 본 결혼과 출산 지연 현상

편집자주

1970년 100만명에 달했던 한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년. 기성 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 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2023년 정초 경기 고양시 일산 차병원에서 새해 첫둥이인 쌍둥이 여아 짱순이(태명·왼쪽)와 남아 짱짱이(태명)를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안고 있다. 이들의 부모는 각각 42세, 40세였다. 지난 30년간 초혼과 초산 연령은 약 6세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40대 초반 신부(1만949건)가 20대 초반 신부(1만113건)보다 많을 정도였다. 1990년만 해도 20대 초반 여성 혼인 건수(19만 3,779건)는 40대 초반 여성 혼인 건수(3,462건)의 56배였다. 뉴시스

2023년 정초 경기 고양시 일산 차병원에서 새해 첫둥이인 쌍둥이 여아 짱순이(태명·왼쪽)와 남아 짱짱이(태명)를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안고 있다. 이들의 부모는 각각 42세, 40세였다. 지난 30년간 초혼과 초산 연령은 약 6세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40대 초반 신부(1만949건)가 20대 초반 신부(1만113건)보다 많을 정도였다. 1990년만 해도 20대 초반 여성 혼인 건수(19만 3,779건)는 40대 초반 여성 혼인 건수(3,462건)의 56배였다. 뉴시스


사실 지금 저 하나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결혼도 안 할 거라 결심했지만, 출산은 정말 '누가 칼 들고 협박'해도 못할 것 같아요. 16년 서울살이하며 깨달은 건 대도시에서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안정적인 주거가 (결혼·출산의) 선결 조건이라 생각하는 거에요. 방3화2(방 3·화장실 2) 아파트 바라지도 않아요. 서울은 둘이서 살 집도 기본 10억이 넘으니 '이번 생은 글렀다' 싶은 거죠."

비혼·비출산 의향인 1990년생 박민우(가명·33)씨


확고한 '노키즈'라는 1990년생 남성 박민우(33·가명)씨. 서울의 괜찮은 대학을 졸업해 내로라하는 회사에 다니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있건만 현재 그에게 결혼·출산은 "살아 생전 절대 안 할 것 같은 일"이다. 일단 가정 형편상 신혼집 장만에 도움을 받기 어렵다. 또 입시 경쟁에 고통받던 자신의 청소년기를 돌이켜보면 더 그렇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붕괴된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출산은 '도무지 못 할 일'이 된다. "한 사람의 우주를 만들어 가는 숭고한 일이, 적어도 이런 환경에서는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있어요."

30년. 딱 한 세대가 지났다. 그러나 그 동안 한국인의 생애주기는 역사상 이런 사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매우 극적인 지연 현상을 경험했다. 1990년대엔 30줄에만 들어서면 '노총각·노처녀' 딱지가 붙었지만, 현재는 민우씨 같은 '미혼 30대'는 소수가 아닌 주류다. 202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 중 절반(50.4%)이, 30대 여성 셋 중 하나(32.7%)가 미혼이었다.

애초에 청년 스스로 '성인이 됐다'고 느끼는 시기가 늦다. 민법상 성인은 19세지만, 최근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청년들이 '자주 또는 항상 성인이 됐다고 느낀다'고 답하는 나이는 평균적으로 28세였다(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성인 이행기 청년의 결혼·출산 인식과 함의'). 돌봄이 필요한 청소년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한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도기인 '성인 이행기'가 길어질수록 결혼과 출산도 늦어진다.

평균 초혼 연령도 1990년 남자 27.8세 여자 24.8세에서 2000년 남자 29.3세 여자 26.5세로 늦춰지더니, 지난해엔 남자 33.7세 여자 31.3세까지 올랐다. 남녀 모두 서른 지나서 결혼하는 만혼이 보편적이다. 혼외 출산 비율은 2%대로 극히 낮은 한국에서는, 결혼이 밀리면 출산도 밀린다. 임신 준비 시기가 늦어지면 생물학적 제약이나 사회문화 영향으로 한 자녀나 무자녀인 가정이 늘어나게 된다.

평균 초산 연령도 오름세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급격한 상승세다. OECD '2022 한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초산 평균 연령은 1993년 26.23세에서 2020년 32.30세로 27년 만에 6.07세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은 2.7세(24.4→27.1세), 영국은 3.3세(25.8→29.1세), 일본은 3.5세(27.2→30.7세) 올랐다. OECD는 "한국 여성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냉혹한 선택에 직면해 출산 등을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모의 고령화로 최근 10년새 20대 분만은 63%(10.5만→3.8만 건), 30대 분만은 38%(30.3만 →18.5만 건) 감소한 반면, 40대 분만만 유일하게 43.4% 증가(1.3만→1.9만 건)하기도 했다(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유민상 연구위원은 "성인 이행기가 고등교육 보편화와 노동시장 진입 연령 상승 등으로 길어진 점은 고려하지 않고, 청년들에게 과거와 같은 방식의 결혼과 출산 선택을 요구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면서 "출산을 강권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을 원하지만 못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니트(NEET·학업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미취업 상태) 청년 지원, 학자금 대출 상환 기간 단축 등 청년의 경제적 자립과 자산 형성을 돕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성인 이행기를 단축시켜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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