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한국은 제3의 능력을 갖췄다"... 폴란드 매체의 ‘K방산’ 성공 분석[문지방]

입력
2023.06.14 13:00
0 0
7일 오후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 격멸훈련에서 K2전차가 사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 포천=사진공동취재단

7일 오후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에서 열린 2023 연합·합동 화력 격멸훈련에서 K2전차가 사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 포천=사진공동취재단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우리보다 훨씬 가난했던 국가가 중요한 군사 파트너가 됐다.”

폴란드 매체 비르투알나 폴스카(WP)


'K방산'의 전성시대입니다. 역대 최대규모 성과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7일 공개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2022년 방산수출액은 총 173억 달러로 최근 5년 수출액 평균의 5배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경남 사천시를 찾았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용 FA-50GF 출고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죠.

브와슈차크 부총리는 이자리에서 “FA-50GF가 폴란드 영공을 비행하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FA-50GF의 빠른 출고 덕분에 폴란드 전력의 조기 보강과 현대화가 가능해졌다”고 치켜세우면서 한국 군사장비가 폴란드 강군 육성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기술력이 폴란드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언한 셈이죠.

올해 2023년은 6·25전쟁이 끝난 지 70년 되는 해입니다. 3년 넘게 계속된 전쟁으로 전후 남한에는 이렇다 할 공장도, 기반시설도 남지 않았습니다. 70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가 콧대 높은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둔 것일까요.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7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형 FA-50 1호기 출고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KAI제공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7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형 FA-50 1호기 출고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KAI제공


면허 생산에서 독자 프로젝트로... 'K방산' 시동

그 비결을 우리의 시각으로 분석하면 '국뽕'으로 비치겠지요. 그래서 한국이 아닌 폴란드 언론의 시선을 잠시 빌려보죠. FA-50GF 출고식에 맞춰 7일(현지시간) 폴란드 현지 매체 비르투알나 폴스카(WP)가 한국 방산의 급성장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WP는 “(한국 같은) 중간 규모 국가가 어떻게 무기 대국이 될 수 있었느냐”고 자문하면서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이란 측면의 접근으로는 부족하다”며 한국이 ‘제3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WP는 우선, 한국 방산이 라이선스 생산에서 독자적인 프로젝트로 발달해 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1970년대 초 미국의 M16 돌격소총과 유탄발사기, 박격포 등을 라이선스 생산하면서 자주 방산의 씨앗을 퍼뜨렸고 이후 MD500 헬기와 F-5E/F 항공기를 인수하고 면허 생산하면서 항공기술 분야의 역량을 급속도로 키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5년간 연도별 방산 수출액(단위 : 억 달러)
출처 : 대통령실



정부 주도 방산정책 매우 중요... "방위비·기술력 시너지"

이 과정에서 '정부의 주도'가 매우 중요했다고 WP는 분석했습니다. 1975년 방위세 도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 북한의 위협에 맞서 방위력을 증강하는 과정에서 지출되는 국방비가 국내로 다시 순환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외국 무기 시스템을 구매하면서 기술 이전에 성공했다는 것이죠. 미국의 F-16전투기를 도입해 KF-16으로 결실을 맺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우리 군이 지출한 국방비가 우리 경제권으로 다시 들어오고, 면허 생산으로 확충된 기술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한국 방산은 해외 진출을 시도할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입니다.

WP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 명을 콕 집어 크게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방위사업청을 출범시켰는데요. 방사청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본부, 조달본부 등으로 분산 운영하던 무기 구매와 군수품 조달 업무를 통합한 국방 관련 전문획득기관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서울에어쇼 축사를 통해 “국방개혁이 완성되는 2020년경에는 우리나라가 첨단무기 체계의 독자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세계 10대 방산 선진국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죠. 현재 비슷한 성과를 거둔 셈입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 그드니아에서 안제이 두다(왼쪽 일곱 번째) 폴란드 대통령과 마리우시 브와슈차크(왼쪽 다섯 번쨰)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엄동환(오른쪽 두 번째) 방위사업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폴란드 K2 전차 입하 환영식이 개최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지난해 12월 폴란드 그드니아에서 안제이 두다(왼쪽 일곱 번째) 폴란드 대통령과 마리우시 브와슈차크(왼쪽 다섯 번쨰)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엄동환(오른쪽 두 번째) 방위사업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폴란드 K2 전차 입하 환영식이 개최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육·해·공 모든 분야 자체 개발... "세계 무기시장 비중 英 추월할 것"

매체는 “이러한 활동 결과 한국은 자체 T-50 고등훈련기와 FA-50 전투기를 제작하는 동시에 미래 5세대 항공기에 포함될 수 있는 KF-21 보라매 전투기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공중무기뿐만이 아닙니다. K9 자주포와 K239 천무 다연장로켓, K2 흑표 전차는 한국 기술로 만든 지상무기라면서 “폴란드는 (한국산) AS-21 레드백 장갑차도 테스트한 바 있다”고 거론했습니다. 해군 무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WP는 “한국은 최초 독일 기술로 건조된 209급과 214급 잠수함에 이어 KSS-III 잠수함을 자체 건조했다”고 나열했습니다.

이처럼 K방산에 대한 폴란드의 평가는 호의적입니다. WP는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폴란드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앞서나간 한국이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며 “2023년에는 1인당 GDP에서 영국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무기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영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진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