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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의 승리로 가속화될 튀르키예와 걸프 국가 협력

입력
2023.06.12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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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석
김강석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아부다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를 만나고 있다. 로이터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아부다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를 만나고 있다. 로이터


'아랍의 봄'으로 악화했던 관계
미국 퇴조에 맞춘 전략적 선택
중동 정세변화, 주요 변수 전망

2023년 6월 10일 대선에서 승리한 후 단 두 주 만에,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대통령을 직접 환영하는 특별한 의례를 펼쳤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의 튀르키예 방문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튀르키예와 걸프 국가들 사이의 친밀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다시 말해, 악화되던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관계는 협력 관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아랍의 봄 시기,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다. 튀르키예가 아랍의 봄을 주도한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한 것이 갈등의 진원지가 되었다. 이집트에서 튀르키예가 무슬림형제단 출신 무함마드 무르시 정부를 지지하고 난 뒤에는 걸프 국가들과의 갈등이 가속화되었다. 리비아 내전에서도 튀르키예가 서부 트리폴리 정부를 지원하면서, 동부 진영을 지원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와 대립하였다. 무엇보다 2018년 이스탄불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암살당한 사건으로 인해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2021년부터 튀르키예와 걸프 국가 관계에서 화해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랍에미리트는 튀르키예의 마피아 보스, 세닷 페커의 거취 문제에 대해 튀르키예와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페커가 에르도안 정부를 비난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튀르키예를 자극했는데, 아랍에미리트가 이러한 행동을 억제하는 데 협력하면서 튀르키예와의 관계는 회복의 길로 진입하였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힘입어 2021년 11월 무함마드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방문하였고, 2022년 2월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이를 공식화하는 주요 시점은 올해 3월에 있었다. 양국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서명하였고, 앞으로 5년 동안 무역 규모를 4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간에도 화해의 기운이 일었다. 2022년 4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앙카라를 방문하였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올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이 튀르키예 중앙은행에 50억 달러를 예치하며 튀르키예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이는 강진으로 힘들어하던 튀르키예에 큰 도움이 되었다.

경제의 혼란과 파괴적인 지진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튀르키예의 걸프 국가들을 향한 화해 정책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에르도안의 재선을 환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이다. 만일 클르츠다로울루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튀르키예와 걸프 국가들의 화해 분위기를 뒤집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간 관계 개선은 단순히 각국의 국내 정치적 이해에 기반한 것만은 아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튀르키예와 걸프 국가들이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튀르키예와 걸프 국가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속적으로 관찰해 봐야 한다. 앞으로 중동 정치지형 변화를 예측하는 중요한 키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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