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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형 시제 사용, 때론 멍한 사람" 사이코패스 구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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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형 시제 사용, 때론 멍한 사람" 사이코패스 구분법은

입력
2023.06.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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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사이코패스 검사서 28점 받아
판정받더라도 처벌 감경 사유 아냐
공통점은 "주변에 냉담하고 무감"
자기중심적으로 타인·주변 표현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과외 중개 응용소프트웨어(앱)에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 훼손 및 유기한 혐의까지 받고 있는 정유정(23)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도 높은 28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상에서 언제 어떻게 맞닥뜨릴지 모를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사이코패스 특징', '사이코패스 테스트' 등도 공유되고 있다.

정유정 28점 받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9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유정이 받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한국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평가도구인 'PCL-R'이다. 총 20문항으로 이뤄지며 주요 항목은 △감동적인 것을 봐도 감동하지 않는가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스스로 높게 평가하고 자랑하고 다니는가 △살인, 성범죄 등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는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현실적인 목표 없이 살아가고 자주 계획을 바꾸는가 등이다. 훈련받은 전문가가 평가 대상자와의 면담 등을 통해 0점(아니다)과 1점(아마도 어떤 면에서), 2점(그렇다)으로 채점한다. 만점은 40점으로, 통상 6점까지를 일반인 수준으로 보는데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본다.

공개된 PCL-R 검사 리스트를 기반으로 자가검사를 해볼 수는 있지만, 스스로 문답한 수치만으로는 정확하게 사이코패스 여부를 판단해 볼 수는 없다. 진단 검사와 함께 정유정의 어린 시절이나 과거 행적, 범죄 유무나 정신과적 진단 등에 대한 조사가 종합적으로 감안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도 정유정에 대해선 "사이코패스로 결론 내리기 위해선 정유정의 어린 시절이나 과거 행적, 범죄 유무나 정신과적 진단 등에 대한 조사가 종합적으로 감안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로 판정받으면 재판에서 유리할까. 김의택 법률사무소 으뜸 대표변호사는 "감경 시 중요한 것은 재범 가능성, 반성 여부 등인데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오히려 감경보다는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심신미약 측면에서 감경받는 경우는 사물을 변별할 능력,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사이코패스는 사물을 변별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데다 재범 가능성이 높고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는 정신과에서 분류하는 정신질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정유정 고교 동창생의 증언. 그는 정유정이 "교실 커튼 뒤에 자주 숨었다"고 했다. MBM 유튜브 캡처

정유정 고교 동창생의 증언. 그는 정유정이 "교실 커튼 뒤에 자주 숨었다"고 했다. MBM 유튜브 캡처


프로파일러의 사이코패스 구분법은 "무감하고 냉담"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감하고 냉담하다"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이나 감정이 없으며 두려움, 죄책감, 슬픔, 분노 등을 잘 못 느낀다. 정유정도 범행 후 피해자 시신을 담을 캐리어를 끌며 마치 여행을 가는 듯 들뜬 걸음으로 걸었으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살인하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적 압박감이 클 유치장에서 지내면서도 식사도 잘 하고, 잠도 잘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패스가 한국에 본격 알려진 계기는 20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2004년 검거되면서다. 당시 유영철은 사이코패스 진단검사에서 만점에 가까운 38점을 받았다. 이후 이은해(29점), 조두순(29점), 강호순(27점), 이영학(25점)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본인이 거부하면 진단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흉악범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값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저지를까. 학계에선 인류의 100명 중 1명이 사이코패스라고 본다. 그러나 PCL-R을 만든 권위자 로버트 D. 헤어 박사는 저서 '진단명: 사이코패스'에서 "감옥이나 교정시설에 전혀 가지 않는 비범죄형 사이코패스도 많다"고 썼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학과 교수도 "대부분 살인마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다"며 "그러나 연쇄살인마 중에선 사이코패스가 많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사이코패스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배 교수는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공통점이 관찰된다고 했다. '내가 널 봤다'가 아닌 '내가 널 봤었다'며 과거형 시제를 사용하거나, 해당 상황을 외부에서 봤었다는 식의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3인칭'으로 자신을 지칭하기도 한다. 배 교수는 이에 대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타인을 대할 때도 타인을 과거의 자신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적인 특징으로는 "대부분 무감하고, 자기 관심 영역이 없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멍한 사람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현존하는 사이코패스 치료나 교정 방법은 없다. 다만 사이코패스에 대한 생물학적인 해석은 인간의 감정을 지배하는 영역인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의 15%밖에 되지 않고, 공격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분비 부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소시오패스와도 구분된다. 배 교수는 "인구의 3~5%인 소시오패스는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업무,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며 "소시오패스는 이해관계에서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많이 괴롭히는 반면 사이코패스는 기본적으로 모든 일에 무감하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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