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중시하는 CIC, 교류의 장 벤처카페
한국 기업 20곳 입주 "해외 관계자와 쉽게 만나"
서울 강남서 아시아 두 번째 CIC 지사 설립 검토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만든 안드로이드, 고객관계관리(CRM)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허브스팟. 지금은 세계적으로 누구나 알 만큼 성장했지만 이들의 창업 아이템이 싹튼 곳은 '카페'였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지인들과 수다를 떠는 곳이지만 여기에는 '훌륭한 네트워크 마당'이라는 특별한 기능이 숨어 있다.
6일(현지시간)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혁신센터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의 케임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CIC) 본사에서 만난 벤처카페는 CIC의 최대 강점인 네트워크를 가장 잘 구현한 곳이었다. CIC는 1999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졸업생 팀 로 대표가 창업한 공유형 사무실이다. 오피스 공간 공유는 '위워크'도 있지만 CIC는 공유 못지않게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 다르다. 보스턴과 마이애미, 필라델피아는 물론,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9개 지역에 입주한 7,500개 기업은 장소를 뛰어넘어 CIC 네트워크를 통해 누구든 만날 수 있다.
월간·주간 단위로 교류 스케줄 만들어 공유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마침 이날 본사 5층 벤처카페에서는 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한국 바이오 혁신의 밤(Korea Bio Innovation Night)' 행사가 열렸다. 5일 보스턴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미국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BIO USA) 2023' 참석차 보스턴을 찾은 한국 바이오 관계자들이 세계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과 교류하도록 마련했다. 한국·미국인 등 세계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이 김밥과 떡볶이, 탕수육, 막걸리 등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곳에서는 평소에도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자리를 마련한다. 특히 CIC 내부 곳곳에선 각종 달력과 주간 일정표가 붙어 있다. 이날 '이런 주제로 대화할 테니 누구든 자유롭게 오라'는 뜻이다. 이때 입주자와 외부인이 출입 등록을 하면 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연결해 준다. 더불어 이 데이터를 통해 기업인과 투자자, 보건당국 관계자 등 사업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계속 넓혀 갈 수 있다.
보스턴이 미국의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만큼 입주 기업 중 절반은 바이오 관련 일을 한다. 바이오 스타트업으로서는 다국적 제약사(글로벌 빅파마), 하버드대, MIT,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 등이 모여 최고의 환경을 갖췄지만 CIC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모더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통해 단숨에 세계적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임대료 책정 방식도 독특하다. 한 달에 520달러(약 60만 원)를 내면 회의실과 영상 촬영 공간, 전화 부스를 자유롭게 쓰고 공동 책상을 사무실처럼 쓰면 된다. 사업 초반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로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대신 회사가 성장하면 임대료가 크게 뛴다. 사업 확장으로 독립 사무실을 원할 경우 최대 4명이 들어가는 독립 공간을 빌릴 수 있는데 이때 임대료는 최소 두 배 이상 오른다.
보건산업진흥원, 미국 지사 CIC로 옮겨
진흥원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을 돕기 위해 2021년 미국 지사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보스턴으로 이사했다. 박순만 미국 지사장은 "국내 기업 중 한 곳은 CIC와 진흥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투자처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한양행(유한USA)·동아ST·GC녹십자 등 국내 유명 기업은 물론 보건복지부와 진흥원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8개 스타트업까지 총 20개 기업이 이곳에 자리 잡았다. 류은주 동아ST 미국지역 대표는 "한국에서는 동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미국에선 다르다"며 CIC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관계자들과 연결되는 건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연락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보스턴에 자리 잡기 위해 내년쯤 CIC 입주를 준비 중이다.
CIC는 도쿄에 이어 서울에 아시아 두 번째 지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많은 시민이 모이는 강남이 유력하다. 로 대표는 최근 강남에서 여러 부동산 관계자와 만나 논의했다. 박 지사장은 "CIC는 유행에 민감하고 접근성이 좋은 곳, 즉 건물을 나가면 바로 지하철 탈 수 있는 곳에 두려 한다"며 "업무에 필요한 모든 게 구비돼 있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으니 사업하기 가장 좋은 곳이란 자부심을 가졌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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