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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인구 축소도 버텼던 부동산... 이젠 '가구 감소' 새 시험대 오른다

입력
2023.06.12 18:00
수정
2023.06.28 19:49
0 0

[절반 쇼크가 온다: 1-② 2038 예측 시나리오]
부동산 시장이 곧 맞이할 절반쇼크

편집자주

1970년 100만명에 달했던 한해 출생아가 2002년 40만명대로 내려앉은 지 20여년. 기성 세대 반도 미치지 못하는 2002년생 이후 세대들이 20대가 되면서 교육, 군대, 지방도시 등 사회 전반이 인구 부족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3부 12회에 걸쳐 '절반 세대'의 도래로 인한 시스템 붕괴와 대응 방안을 조명한다.


서울 아파트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아파트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인구가 줄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자연히 주택 수요도 감소할 것이다. 결국 인구 절벽은 필연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때 이런 비관론이 설득력을 얻었던 적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에 미래가 없어 보이던 2010년대 초중반 특히 그랬다. '인구 감소→구매력 감소→수요 축소→가격 하락'은 매우 탄탄한 논리 구조인 것 같았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고, 시장은 달리 움직였다. '빚내서 집 사라'는 캐치프레이즈(표어)로 대표되는 저금리 규제 완화 정책 이후 부동산 시장엔 활황이 시작됐다. 건설사들은 전통의 4인 가족이 선호하는 전용 84㎡ 대신,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59㎡ 아파트를 대거 선보이며 시장에 불을 붙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인구가 줄면 수요 총량도 줄어드니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1인가구 중심의 사회구조 변화와 더 좋은 주택에 대한 선호 때문에 시장이 정반대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오판의 경험' 때문인지, 부동산 시장에서는 인구와 부동산 경기의 상관 관계를 논하려는 시도 자체를 '시장에 대한 몰이해'로 몰아붙이는 경향도 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여전한 데다, '안정 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 인구보다는 정부 정책, 금리, 소득 증가, 공급량 등의 변수가 부동산 경기에 더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중요 변수는 총 가구수 감소"

장래가구추계. 통계청 제공

장래가구추계. 통계청 제공

그러나 '총인구 감소'라는 시련을 이겨냈던 부동산 시장은 조만간 그보다 더한 악재인 '가구 수 감소'를 버틸 수 있을지 증명해야 한다. 인구학자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인구구조 변화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주택 시장은 가구 단위로 움직이는 만큼, 중요한 건 총 인구·생산인구의 감소나 고령인구 증가가 아니라 '총가구 수'의 감소라는 것이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가구 수는 총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계속 증가하다가 마침내 2039년 2,387만 가구로 정점을 찍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처음엔 하락 폭이 완만하지만 갈수록 가구 수 감소의 기울기가 커지면서 2050년에는 2,285만 가구까지 감소하게 된다. 지역별로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도 다른데, 서울은 2029년, 부산·대구는 2028년을 기점으로 가구 수가 감소로 돌아선다.

총가구 수 감소는 한국 부동산 시장이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구조적 변화다. 인구와 가구 수가 동시에 감소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지금까지 적용되던 '부동산 문법'들이 더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그때가 오면) 부동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구 수마저 줄어드는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 ①주택시장 전체 거래량이 줄어들고 ②수요가 2~4인 가구에서 미혼·노인 등 1인 가구로 전환돼 자금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결국 아파트 등 주택의 환금성이 지금보다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부동산이 더는 안전자산이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구소멸지도. 감사원 제공

인구소멸지도. 감사원 제공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역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인구감소 시대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다. 김덕례 실장은 "65세 이상이 대부분인 '인구 소멸 지역'은 2040년까지 청년 유입이 없으면, 사람이 없는 지역이 될 수 있다"며 "서울 등 도심권에 대한 선호가 계속되면서 비싼 집은 더 비싸지고 빈 집은 형편없이 싸지는 현상이 생겨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가구 수가 급감하는 시점이 되면 단지 규모(가구)를 최대 30% 늘려 일반분양을 진행한 뒤 그 수익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지금의 재건축 제도는 사라진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은 인구감소 국면에선 더이상 유지될 수 없는 제도"라며 "결국 재건축 규제, 공공재원 투입, 재고 처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구 유입이 불가능한 지역의 노후 아파트는 재건축이 어려워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 아파트에 고령의 빈곤층이 살게 되면서 슬럼화로 이어지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빈집 문제는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먼저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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