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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행복 인형극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될 거야"

입력
2023.06.06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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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마이크 버첼 '에브리띵 이즈 파인'

편집자주

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웹툰 '에브리띵 이즈 파인'은 '모든 것이 괜찮다'는 제목의 뜻과는 달리 감시와 경계 속에 살얼음판을 걸으며 살아가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린다. 네이버웹툰 캡처

평범한(혹은 이상적인) 가족의 어두운 이면을 파고드는 서사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무탈하지만 공허한 부부의 심리를 탁월하게 담은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소위 완벽한 삶을 자식에게 물려주려 교육에 집착하는 부모를 예리하게 그린 드라마 'SKY 캐슬'. 모두 비슷한 도입부로 몰입감을 높였다.

영국 만화가 마이크 버첼의 웹툰 '에브리띵 이즈 파인'도 그렇다. 주인공 '매기·샘' 부부의 평범한 일상을 보는 듯하다가 점차 공포스럽고 기괴하기까지 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일상을 감시·통제하는 거대 권력인 조지 오웰 소설 '1984'의 빅브라더 연상케 하는 사회에 산다. '모든 것이 괜찮다'는 뜻의 제목과 달리 '괜찮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의 미스터리한 세계에 빨려 들어간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화 전략 일환으로 발굴된 이 작품은 2021년 영어로 먼저 연재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어 번역본이 연재되고 있는 이례적 역수입 작이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①

'에브리띵 이즈 파인'은 1950년대 미국 중산층을 연상시키는 평범한 가족을 표현하면서 그 이면의 공포를 잘 녹여낸 스릴러 웹툰이다. 네이버웹툰 캡처

양면성을 대비시키는 초반부 장면들이 독자를 끌어당긴다. 완벽한 듯한 매기·샘 부부. 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지만 출근 직전 자신을 부르는 아내를 돌아본 샘이 뜬금없이 "잊어버려"라고 말하는 순간 섬찟해진다. 주어도 없는 네 글자 대사로 독자는 의심한다. '이 부부에게 뭔가가 있다.' 둘의 대화 속에 등장하던 개 '윈스턴'이 죽은 지 오래됐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마지막 장면(사체 위로 파리가 날아다니는 컷)에서 그 의심은 확신이 된다.

부자연스러운 에피소드는 반복된다. 단란하게 저녁 식사 중인 부부의 집 밖으로 부랑자가 등장해 음식물 쓰레기라도 달라고 사정하고, 친절했던 이웃 '밀러 부부'는 다른 이웃 '찰리'를 밀고한 대가로 더 좋은 환경의 호수 마을로 이사 갈 준비를 한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사건 그 자체로 이 세계의 음침함이 충분히 설명된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②

주인공 매기는 이웃 찰리가 '1급 범죄자'로 전락하면서 겪는 고통을 생생히 본 후 끔찍한 '인형극'에서 벗어날 결심을 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에브리띵 이즈 파인' 세계는 철저한 감시 공간이다.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 있고 모든 주민 위치는 10분마다 (어딘가로) 업로드된다. 모두가 착용한 고양이 인형탈도 감시 수단이다. 부정적인 말을 하려고 하면 탈 왼쪽 눈이 붉게 변하면서 말문이 막힌다. 행복한, 긍정적 말만 해야 하는 이 세계의 규칙을 짐작게 한다.

이런 세계의 비밀을 풀 단서가 처음 등장하는 대목에서 긴장도는 한 단계 높아진다. 감시망에서 벗어나려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지하실을 만든 찰리가 '1급 범죄자'로 체포되면서다. 지하실의 비밀을 알게 된 매기는 같은 공간을 자기 집에도 만들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약 3년 전 누군가에게 뺏긴 자신의 아이를 되찾기 위해 기이한 '행복 인형극'을 수행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1급 범죄자'가 되면 자신의 아이는 살해되고 추방당한다는 것도.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③

귀여운 고양이 가면을 쓴 인물들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지만 절묘한 컷 구성을 통해 억지웃음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슬픔 등을 느낄 수 있다. 네이버웹툰 캡처

귀여운 작화는 역설적이게도 공포감을 배가 시킨다. 표정이 없는 인형탈은 인물의 생각을 읽기 어렵게 함으로써 끝없이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숨 막히는 불안과 두려움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컷 구성도 영리하다. 가령 대화 중 갑자기 침묵하는 컷이 이어지면서 자기 통제로 인한 망설임과 인물 간의 미묘한 심리전 등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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