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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살 건데?” 여성 연예인, ‘나’를 외치다

입력
2023.06.07 04:30
수정
2023.06.13 15: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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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 드라마 넘어 주체적인 여성 연예인에 환호
외모·역할 등 고정관념에 정면 돌파하는 모습에 '통쾌'
"'나도 경험해 봤다' 공감…자신 투영하는 여성 늘어"

편집자주

책, 소설, 영화, 드라마, 가요, 연극, 미술 등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젠더 이슈를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봅니다.

온라인쇼핑몰 지그재그 광고 속 아이브 리즈. 주변에서 리즈의 스타일을 두고 이래라저래라 핀잔을 주지만 "내가 알아서 살겠다"고 답하는 게 광고 콘셉트다. 유튜브 캡처

온라인쇼핑몰 지그재그 광고 속 아이브 리즈. 주변에서 리즈의 스타일을 두고 이래라저래라 핀잔을 주지만 "내가 알아서 살겠다"고 답하는 게 광고 콘셉트다. 유튜브 캡처

최근 유튜브에선 한 22초짜리 광고 조회 수가 6일 기준 280만 회를 돌파했다. 광고의 주인공은 여자 아이돌그룹 아이브(IVE) 멤버 리즈. 최근 온라인쇼핑몰 지그재그는 리즈를 비롯해 배우 신예은, 가수 백예린 등 젊은 여성 연예인과 유튜버 등이 출연하는 광고를 찍었다. 주인공은 달라도 포맷은 하나다. "다이어트 한 거 맞아?", "금발이 더 잘 어울리는데?" 등 사람들이 참견하며 수군거린다. 가만히 듣던 연예인들은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제가 알아서 살게요." 마음대로 사고(buy), 살겠다(live)는 중의적 의미인데 대중들은 "실제 여자 연예인들에 대해 갖는 생각을 속시원하게 반박하는 것 같다"고 반겼다.

온라인 쇼핑몰 지그재그 캠페인. 지그재그 제공

온라인 쇼핑몰 지그재그 캠페인. 지그재그 제공


여성 서사 픽션 넘어 현실에도…주체성이 매력 포인트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등 여성 서사 픽션이 대세다. 이런 흐름 속에 여성 연예인들이 자신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다. 과거 할 말 하는 여성 연예인들은 연차가 쌓인 뒤 '기가 세진' 캐릭터로만 쓰임새가 있었고 제 할 말을 하는 젊은 여성 연예인의 자리는 없었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 여자 연예인은 예능에서도 서브 MC에 머물며 상황을 정리하거나 예쁘거나 귀여운 모습으로 남성 연예인을 받쳐주는 정도의 역할에 머물렀다"고 꼬집었다.

매체가 여성 연예인을 대하는 태도는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을 고착화한다. 서울 YWCA는 연초 발표한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에서 MBC M '주간 아이돌'의 한 회차에서 한 여성 아이돌에게 애교 섞인 노래를 '애교력 검증'이라며 부르도록 요구한 장면을 성차별을 강화하는 장면으로 지적했다. YWCA는 "여성의 애교는 자연스럽고, 칭찬받을 만한 것으로 전달돼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면돌파’ 여성 연예인에 환호 "그녀들 속에 내가 보여"

이러한 맥락 속 편견을 '정면 돌파'하는 여성 연예인의 모습을 담은 광고는 '통쾌함'을 준다. 리즈는 데뷔 초 다른 멤버들과 스타일을 비교당하거나 "다이어트 등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식의 악플에 시달린 적이 있다. 신예은은 과거 예능에서 지나치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소속사가 배역 몰입도를 깰 수 있다며 예능 금지령을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능 금지령'이 해제된 뒤 MBC '전지적 참견시점'과 SBS '런닝맨'에 출연해 엉뚱 발랄한 매력을 발산하는 신예은을 향해 대중은 더욱 환호했다. "알아서 살게요"라는 여성 연예인들의 말에 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표도 이를 증명한다. 지그재그에 따르면 광고 영상 공개 직후(지난달 16일) 기준으로 일간 활성이용자는 전주 대비 30% 증가했고 신규 가입자도 43% 증가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배우 신예은은 털털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며 더욱 주목받았다. 유튜브 캡처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배우 신예은은 털털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며 더욱 주목받았다. 유튜브 캡처


배우 신예은은 SBS '런닝맨'에 출연해 댄스 금지령이 해제됐다며 자유 분방한 모습으로 춤을 췄다. 대중은 엉뚱하지만 솔직한 그의 모습에 더 환호했다. 유튜브 캡처

배우 신예은은 SBS '런닝맨'에 출연해 댄스 금지령이 해제됐다며 자유 분방한 모습으로 춤을 췄다. 대중은 엉뚱하지만 솔직한 그의 모습에 더 환호했다. 유튜브 캡처

이러한 분위기 반전의 기저엔 여성 연예인과 팬 사이의 관계성이 바뀐 점도 반영돼 있다. 연예인을 대상화하는 대신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자아실현의 욕구를 투영하기 때문이다. 황진미 대중문화 평론가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와 조직에서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등의 고정관념이나 외모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대중매체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는 여성 연예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라면서 "스스로 대상화되는 것을 참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여성 연예인들에게 환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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