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대화 및 외교장관회담 물밑 교감
한중 경제장관 회담도 연내 개최 추진
"미중 긴장 다소 완화...한중 간 공간 생겨"
"하나의 중국 준수" 대만 문제는 여전히 변수
한국과 중국의 고위급 소통이 재개될 조짐이 양국 외교가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경쟁 심화로 인해 공급망 분야의 한중 협력 필요성이 커진 점, 미중 갈등이 다소 잦아들며 한중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점이 동력이 됐다.
차관급 소통이 우선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한중은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형식의 차관급 외교안보 대화를 연내 개최해야 한다는 데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31일 서울과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이 밝혔다.
한국과 중국은 2013년 국장급 외교안보 대화 채널을 만들었지만 2015년 두 번째 회담을 끝으로 열리지 않았다. 지난 8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당시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칭다오에서 회담하며 국장급이 아닌 차관급 외교안보 대화로 격상키로 합의했지만, 이후 한중관계가 냉기류를 타며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동맹 강화 성과...하반기에는 밀린 숙제"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과 중국이 차관급에서 추진하는 첫 외교안보 대화인 만큼 양국 수석대표로 참여할 인사의 급을 신중하게 조율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6월에, 늦어도 가을에는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장호진 외교부 1차관 또는 최영삼 차관보가, 중국에선 쑨웨이둥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방 라인에서는 국장급 인사가 참여키로 가닥이 잡혔다.
양국은 박진 장관과 친강 현 외교부장의 회담 가능성도 열어 뒀다.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친 부장과 한 차례 전화통화만 했을 뿐 대면 회담은 하지 않았다. 올해 연말 서울에서 한국·중국·일본의 3국 정상회의를 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 부장이 한국을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준비를 위한 3국 실무진 회의도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과의 '동맹 외교'가 일정 수준 성공을 거뒀다는 윤석열 정부의 판단에서 출발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미국을 국빈방문해 '워싱턴 선언'을 도출했고,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별도의 한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올해 상반기에 외교력 상당 부분을 한미관계 강화에 할애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관계자는 "동맹 강화 외교가 마무리된 만큼 하반기에는 밀린 숙제인 한중관계 개선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등 경제 분야 소통 더 수월
다만 대만문제는 여전히 불안 요소다.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 직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문제는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한 문제처럼 세계적 문제"라고 발언한 후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라"며 한국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거듭 요구했다. 지난달 22일 한국을 찾은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도 대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대만 문제 변수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국의 국장급 인사가 한국을 찾은 것 자체가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 측의 공감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통상 분야 고위급 소통은 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며 상대적으로 한국과의 공급망 협력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달 2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달 19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연내 개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양국 외교부의 경제 담당 고위급 회담 계획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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