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건설사에 목재 가구 교체 요구
"포충기(살충등)로 잡고, 테이프로 (벌레가 나오는 곳을) 막고, 드라이기로 (가구를) 말리고, 살충제 강한 것 쓰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A아파트 입주민 B씨
지난달부터 일부 가구에서 혹파리와 혹파리 사체가 나오기 시작한 송도 A아파트단지의 네 집 중 한 집이 혹파리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A아파트 입주자와 건설사, 연수구에 따르면 A아파트 1,820가구와 같은 단지에 있는 오피스텔 851가구 등 2,671가구 가운데 혹파리 관련 하자 보수를 신청한 곳은 60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아파트 일부 가구의 방과 거실, 주방의 붙박이장, 화장대, 신발장 등에선 지난달부터 혹파리나 혹파리 사체가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까지 발견됐다.
건설사는 하자 보수를 신청한 가구를 대상으로 소독 등 방역 조치를 하고 있으나 입주민들은 혹파리 출몰의 원인으로 지목된 목재 가구를 전부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 측은 6월 1일부터 접수를 받아 가구에 대한 육안·내시경 검사를 한 뒤 혹파리나 곰팡이가 발견되는 경우에만 가구를 교체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A아파트에서 발견된 혹파리는 '나무곰팡이혹파리'로, 나무에 기생하며 곰팡이나 버섯을 먹는 균식성이다. 앞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와 경기 김포·화성 등지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혹파리는 모두 같은 종으로 파악됐다. 나무곰팡이혹파리는 목재나 가구에 서식하다가 성충이 되면 밖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파리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 주로 서식하며 날씨가 따뜻해지는 4~6월에 주로 출몰한다.
송도의 A아파트 외에도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용인시 B아파트 등 수도권과 충청권 아파트에서도 혹파리와 혹파리 사체가 나와 주민들이 가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실제 입주민 인터넷 카페 등에는 혹파리 사체 사진 등과 함께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B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마감 처리되지 않은 (서랍장의 서랍 등) 파티클 보드를 모두 꺼내 약품을 수차례 뿌리고 사흘간 건조도 시켰지만 혹파리가 계속 출몰하고 있다"며 "조사 후 (가구 교체 등의)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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