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의 장 자크 아노 감독
"4년 전 사건 재현 위해 350명 직접 인터뷰"
"사건 이면에 있는 서스펜스 그려내려고 해"
2019년 4월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놀라게 한 화재가 발생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였다. 700년 가까이 파리의 상징 중 하나였고, 주요 관광지였던 곳에서 일어난 화재의 원인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4년 전 그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프랑스 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이달 개봉)는 화재 사건 이면을 들여다본다. ‘장미의 이름’(1986)과 ‘연인’(1992),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 등으로 유명한 장 자크 아노(80)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달 30일 오후 화상으로 파리 자택에 있는 아노 감독을 만났다.
아노 감독은 당초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 연출 제안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미 뉴스에서 사건이 다뤄지는 것을 봤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그는 “뉴스에서 확인된 사실이 아닌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에 마음이 더 끌렸다”고 했다. “사건 이면에 있는, 서스펜스 가득한 이야기에 끌렸다”는 것.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사건을 시간대별로 다루며 당시 화재가 발생한 과정과 관계자들의 고군분투가 긴박감을 더한다. 첫 출근한 경비원이 예정에 없던 야근까지 하면서 접한 화재 경보, 또 다른 경비원이 무전 내용을 혼돈해 엉뚱한 곳을 화재 발생지로 착각하면서 늦어진 대응, 화재 발생지를 발견하고도 경비원이 당황해서 실패한 초동진압 등이 맞물리며 초기 화재 진압이 실패한 모습이 서두를 장식한다.
영화는 예수의 가시면류관 등 기독교 주요 성유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는 관계자들의 노력, 성당 붕괴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소방관들의 모습 등을 더하며 극적 상황을 그린다. 아노 감독은 “제 집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 믿기 않았다”며 “1,300점가량의 귀중품에 아무런 손실이 없었다는 점이 제게는 가장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비는 3,000만 유로(약 425억 원)다. 아노 감독은 4년 전 사건을 입체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소방관과 시민, 성당 관계자 등 350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현장감을 더하기 위해 당시 촬영된 TV 화면과 개개인의 휴대폰 동영상을 활용하기도 했다. 아노 감독은 “영화의 4%가량이 실제 영상”이라며 “3만5,000개가량의 영상 제보를 받았고, 스태프들이 하나하나 보고 선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촬영의 어려움 중 하나는 온전했던 노트르담 성당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노 감독은 “주인공 배우가 몸에 문제가 있으면 대역을 쓰면 되는데, 우리 영화의 주인공은 끔찍한 상태가 된 노트르담 성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제가 중세 건축물을 굉장히 좋아해 노트르담 성당을 닮은 5개 성당을 (쉽게) 고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노 감독은 “노트르담 성당 성직자분이 영화를 보고선 구분 못할 정도의 화면을 만들어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노트르담 성당 화재가 세상에 준 교훈은 적지 않다. 아노 감독은 “세계 고건축물들이 의외로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화재로 노트르담 성당 (재건과 재난 대비에) 재정 지원이 더 늘어난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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