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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반격 '시점' 결정됐다"… 키이우·모스크바 '맞공습'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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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반격 '시점' 결정됐다"… 키이우·모스크바 '맞공습' 이어져

입력
2023.05.30 1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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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 모드서 벗어나 "작전 시기 정해졌다"
러, 키이우 대낮 미사일 공격... 혼란 노려
모스크바 민간 건물도 정체불명 공격받아

지난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특별 통신 및 정보 보호를 위한 국가 서비스의 날'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키이우=UPI 연합뉴스

지난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특별 통신 및 정보 보호를 위한 국가 서비스의 날'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키이우=UPI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줄곧 예고해 온 '봄철 대반격' 작전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모습이다. 그동안 대반격 현실화 가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던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작전 시점은 결정됐다"고 못 박은 것이다. 최근 잇따랐던 우크라이나 연계 세력의 러시아 본토 공격과 맞물려, 이번엔 진짜로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 반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 양상도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례적으로 낮 시간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확전의 불꽃은 '무인기(드론) 공습'이라는 형태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까지 튀었다. 개전 1년 3개월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젤렌스키 "언제 진군할지 결정... 우크라에 가장 중요"

29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진영을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바흐무트=AP 뉴시스

29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진영을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바흐무트=AP 뉴시스

29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언제 진군할지를 이미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반격 시기 결정에 대해 그는 "(우크라이나에) 최고로 중요한 것"이라며 "그동안 (대반격 작전을) 준비해 온 우크라이나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2주 전인 지난 15일 "대반격 개시를 위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며 신중 모드를 취했던 것과는 매우 달라진 발언이었다.

이 같은 결정은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각급 전술 부대 사령관들이 모인 최고사령부회의에서 도출됐다. 회의에선 향후 대반격 등과 관련된 우크라이나군의 탄약 보급, 새로운 여단 훈련, 전술 등에 대한 보고도 진행됐다고 한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도 "우크라이나군이 적극적 공세로 전환하는 시점이 곧 도래할 것"이라며 대통령 언급을 뒷받침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와 대통령실 보좌진은 지난 26일 대반격 여부와 시점 등을 두고 상이한 입장을 내놓았는데, 이제는 최고 지휘부 내 의견 통일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올해 안 종전' 전망도 나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포탄, 미사일 등의 대량 납품이 적시에 이뤄지면 수학적으로 올해 전쟁이 끝날 수 있다"며 "(소련이 붕괴한) 1991년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해제, 러시아 정치체제의 거대한 변화 과정이 동반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러 '수도 공격'... "전쟁시계 빨라져"

3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민간 건물 외벽이 정체불명의 드론 공격을 받아 검게 그을려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30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민간 건물 외벽이 정체불명의 드론 공격을 받아 검게 그을려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명확한 대반격의 시점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에서 '전쟁 시계'는 이미 빨라졌다. 미국 CNN방송은 그동안 야간 미사일 공격을 이어가던 러시아군이 이날 오후 키이우 민간시설을 목표물로 삼아 이스칸데르 전술 미사일 11기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의) 미사일을 모두 파괴했다"고 밝혔으나, 요격된 러시아군 미사일 파편이 떨어져 발생한 화재로 민간인 한 명이 사망했다.

러시아의 대낮 공격은 우크라이나군 사기를 떨어트리고 불안감을 유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키이우시 군정 수장 세르히 폽코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적군은 야간 공격에 익숙한 대부분의 주민이 바깥에서 일하는 낮 시간에 평화로운 도시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전술을 바꿨다"며 "적군은 이런 (낮 시간대) 공격을 지속해 민간인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튿날인 30일 새벽엔 모스크바가 혼란에 빠졌다. 정체불명의 드론이 모스크바 내 주거용 건물 2채를 공격해 시민 1명이 부상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일부 건물이 약간의 손상을 입었으나 아직 심각한 부상자는 없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보도했다. 러시아 인터넷 매체 바자는 "무인기 약 25대가 모스크바 공격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정권은 모스크바의 목표물에 드론을 이용한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며 "여기에 동원된 드론 8대 모두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3대는 전자전으로 제압돼 의도한 목표에서 벗어났고, 다른 5대는 모스크바 지역에서 판치르-S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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