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영향, 스마트폰·서버 순으로 커
"수요처 다변화로 경기 진폭 줄여야"
국내 반도체 경기는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와 미국 내 데이터센터 투자 회복 여부에 달렸다는 한국은행 진단이 나왔다. 대만이나 일본보다 반도체 경기 변동성이 큰 것도 이들 분야와 국가에 수요처가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29일 발표한 ‘우리나라 반도체 수요구조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44%)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어가는 서버용 수요도 20.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우리나라 반도체를 이용해 생산한 정보기술(IT) 기기의 주요 최종 소비처는 중국과 미국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용 반도체는 두 나라가 비슷한 수준이고, 서버용은 미국 비중이 더 크게 나타났다.
한은은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로 메모리 반도체가,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비메모리 반도체가 각각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 전년 동월 대비 감소로 돌아선 이후 최근까지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24.5%, 올 1분기 -39.2%, 4월 -40.5% 등 감소 폭도 커지는 추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생산기업들의 감산으로 재고 부담을 덜어낸 만큼, 향후 반도체 경기는 공급보다 수요 회복과 그 강도를 따라갈 것이란 게 한은 관측이다.
우선 중국에선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시차를 두고 스마트폰 소비가 점차 회복할 것으로 봤다. 미국 스마트폰 소비는 이미 팬데믹 기간 대폭 늘어난 데다 고금리 영향으로 더 이상 크게 확대되기 어려운 만큼, 중국 수요가 국내 반도체 경기 부진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급률 상승에도 메모리 반도체 생산 비중이 워낙 낮아 중국 IT제품 제조사들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기업 의존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미국 서버용 반도체 수출은 빅테크(주요 기술기업) 기업들이 실적 악화와 경기 불확실성 등에 대응해 데이터센터 투자 지출을 축소하면서 급감했다. 그러나 한은은 서버용 또한 향후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 등과 맞물려 고성능 서버를 중심으로 수요가 완만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장기적으론 반도체 경기 진폭을 줄이는 한편, 미중 갈등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스마트폰·서버 중심에서 벗어나 자동차, AI 등으로 수요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게 한은 결론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수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영향도 다각적으로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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