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에 "마이크론 메우기는 당연" 회유... 일본엔 "강렬한 불만" 압박

통상교섭본부-상무부 간 회담 거론하며
한중 '반도체 협력' 강조... 회유·압박 지속
'반도체 수출 통제' 일본엔 "강렬한 불만"

안덕근(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26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회담을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이다.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캡처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하고 나선 중국이 "마이크론의 공급 부족분을 한국 기업이 메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한중 간 반도체 분야 협력을 향한 회유·압박을 지속했다. 반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본격화한 일본에 대해선 "강렬한 불만"을 제기하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9일 논평을 통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26일(현지시간) 열린 안덕근 한국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간 회담 내용을 거론했다. 당시 한중 간 반도체 공급망 시장에서의 협력 문제가 논의된 사실을 언급하며 신문은 "양국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시장 내 구멍을 메워 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중 통상 장관 회담 거듭 거론하며 "반도체 협력" 기대감

앞서 중국 상무부는 안 본부장과 왕 부장 간 회담 직후인 27일 "양측이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국도 중국과의 반도체 공급망 분야 협력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자유롭게 수출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문은 특히 한국 기업들의 대중 반도체 수출과 관련, "마이크론 부족분에 대한 공급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내) 구체적인 점유율 손실 정도를 파악하기 힘들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이미 중국에 막대한 규모의 반도체 수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 물량에서 어떤 부분이 '마이크론 제품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한국 기업을 향해 '중국과 반도체 공급 협력을 강화하자'는 회유로 읽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 금지 조치를 내릴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수출을 확대하는 것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이에 대해서도 "(미국의 요구는) 국제 무역 규칙에 대한 위반"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간섭을 뿌리칠 수 없다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결과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일본의 반도체 조치는 잘못된 행동" 직격

이날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 26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본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하고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고집, 국제 경제 규칙을 위반하고 산업 발전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최근 사실상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인 '첨단 반도체 분야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이를 "잘못된 행동"이라고 규정한 뒤 "중국은 이에 강렬한 불만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해선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 여지를 남겨 뒀으나,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선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