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전 10월 9일까지
토우와 토기 접합 복원한 97점도 첫 공개
1926년 5월 경주 황남동. 경주역을 개축하려고 흙을 확보하는 채굴 과정에서 1,600여 년 전에 조성된 신라시대 무덤들이 다수 발견된다. 국내에서 신라시대 토우가 가장 많이 발견된 유적인 '경주 황남동 유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으로, 황남동 일대에서 발견된 토우들은 모양이 세밀할 뿐만 아니라 주제가 다양하다. 후투티, 비둘기, 왜가리, 오리를 비롯한 새와 게, 거북, 바다뱀, 물고기, 망둑어, 갯가재, 별불가사리, 개구리 등의 동물은 물론이고 현악기와 관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절하는 사람, 모자를 쓴 사람, 행진하는 사람들, 춤을 추는 사람 등 온갖 형상이 한데서 출토됐다. 무엇보다 남성은 남근이, 여성은 가슴이 불쑥 솟아오른 모습의 토우들이 발견돼 눈길을 끈다.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토우 가운데는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것도 있다. 대체 이 토우들은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고 무덤에 묻힌 것일까.
그 비밀을 풀 실마리를 제공하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6일 개막해 10월 9일까지 이어지는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고대의 장송의례를 다루는 전시로 주로 신라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 332점을 전시한다. 이 가운데 황남동에서 수습된 토우장식 토기 97점은 이제까지 본체에서 떨어져 있던 토우들을 토기 뚜껑 위에 접합해 복원한 것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경주 쪽샘지구 B6호 무덤 조사(2010년)에서 뚜껑에 토우가 부착된 토기들이 33개나 발견되면서 황남동 토우들 역시 장례를 위한 유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 연구 결과를 이번 전시에 모은 것이다.
토우는 5세기에 활발하게 만들어졌고 신라에 불교가 도입된 6세기 이후에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다양한 토우가 만들어지고 무덤에 묻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교 도래 이전의 신라인들은 현재의 삶이 죽음 이후에도 이어진다는 '계세(繼世)사상'을 믿었던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를 '음악과 춤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떠나보내고, 그가 사후세계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토우를 빚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장송 의식을 지내는 모습은 망자를 보내는 산 자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기가 작은 것은 1㎝ 남짓한 토우들이 어떠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영상을 유물 위에 겹쳐서 보여주는 유리 형태의 특수한 디스플레이(영상장치)가 설치돼 비전문가도 장송 의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성행위 장면이나 남근, 가슴이 강조된 토우들 역시 망자와 산 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믿음에서 탄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상미 학예연구사는 "성적인 장면이나 남자의 성기가 강조된 표현 등이 있어서 예전에는 '신라 사람들은 좀 음란했는가'라고 이야기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현재는 무덤에 사용됐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토우들이 재생과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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