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필리핀 가사노동자 죽어 나가도 아쉬운 건 필리핀...'쩐의 폭력'

알림

필리핀 가사노동자 죽어 나가도 아쉬운 건 필리핀...'쩐의 폭력'

입력
2023.05.29 17:00
17면
0 0

처우개선 요구에 쿠웨이트 '비자'로 위협
고용주 가족의 노동자 살인·폭력 이어져
필리핀 "권리 보장 나라에서 일해야"

2018년 2월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쿠웨이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다 돌아온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있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8년 2월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쿠웨이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다 돌아온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있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외국인 가사도우미 인권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쿠웨이트가 충돌했다. 쿠웨이트 내 필리핀 노동자는 26만8,000여 명에 달한다. 대부분 저임금 가사노동자로 일한다. 필리핀 노동자들이 쿠웨이트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에 대해 필리핀 정부가 항의했으나 쿠웨이트는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대신 비자 발급 중단을 선언했다. 저임금 가사노동자가 그만큼 취약한 처지라는 뜻이다.

범죄 희생양 된 필리핀 가사노동자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쿠웨이트 내무부는 “필리핀이 2018년 체결한 근로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필리핀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무기한 중단한다”라고 밝혔다. 양국이 2018년 인적자원교류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이후 필리핀 노동자들이 쿠웨이트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양국은 △노동자의 여권 압수 금지 △주 1일 휴무 준수 △하루 7시간 취침 보장 등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필리핀 노동자들이 성범죄 희생양이 되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20년에는 살해된 필리핀 노동자의 시신이 1년 넘게 아파트 냉동고에 보관돼 있다 발견됐고, 올해 1월엔 쿠웨이트 사막에서 또 다른 노동자의 시신이 불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가해자는 고용주 또는 그 가족이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부(DMW)는 올해 2월 초보 가사노동자의 쿠웨이트 취업을 중단시켰다. 또 쿠웨이트 정부에 노동자 학대 근절과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레이철 아레나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끔찍한 범죄가 자행되고 있는데 쿠웨이트 정부는 법집행 의지가 없다”며 “필리핀 노동자들은 권리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오른쪽 두 번째) 필리핀 대통령이 2월 쿠웨이트 집주인 아들에게 희생된 줄레비 라나라의 장례식에서 희생자의 아버지를 위로하고 있다. 필리핀스타 캡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오른쪽 두 번째) 필리핀 대통령이 2월 쿠웨이트 집주인 아들에게 희생된 줄레비 라나라의 장례식에서 희생자의 아버지를 위로하고 있다. 필리핀스타 캡처


쿠웨이트 “필리핀이 계약 위반” 적반하장

쿠웨이트 정부는 필리핀이 오히려 협정을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쿠웨이트 국영통신은 “(필리핀 정부가) 법적 정당성 없이 (도망친) 노동자들을 쉼터로 대피시켰다”며 “계약 위반은 물론 쿠웨이트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쿠웨이트는 필리핀에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서약을 하라”고 요구했다. 필리핀이 거부하자 ‘비자 중단'으로 보복했다. 비자가 막히면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신분도 불안해진다.

필리핀이 '부자 나라' 쿠웨이트의 손을 완전히 놓기는 쉽지 않다. 필리핀 인구 1억1,000만 명 중 10%가 해외 200여 개국에서 일한다. 이들이 벌어서 필리핀에 송금하는 자금은 필리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26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양국 간 다리를 불태우고 싶지 않다”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