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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표시' 포함된 문화제·노숙 농성은 불법?… 경찰·시민단체 대치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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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표시' 포함된 문화제·노숙 농성은 불법?… 경찰·시민단체 대치 심화

입력
2023.05.27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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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법원 앞 야간문화제·노숙농성 강제 해산
"대통령 한마디에 집회·시위 자유 제한" 반발
집시법 규정 놓고 서로 다른 해석… 갈등 계속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이 25일 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이 25일 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려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야간 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원천 봉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동일 장소에서 비슷한 성격의 행사가 열렸지만,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불법 미신고 집회’에 해당해 정당하게 법 집행을 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자들은 대통령과 여당의 엄정 대응 주문 후 ‘합법’이 ‘불법’으로 바뀌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3년간 같은 문화제… '강제 해산' 없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퇴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퇴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은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야간 문화제 강제 해산을 규탄했다. 서초경찰서는 전날 밤 대법원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문화제를 강제 해산하고 노숙 농성을 차단했다. 견인차를 동원해 무대 차량을 강제로 옮기기도 했다. 이를 막으려던 참가자 3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공동투쟁은 “그간 경찰과 조율해 몇 년간 평화롭게 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진행해왔다”며 “윤석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바뀌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5조는 ‘학문, 예술, 체육, 오락 등에 관한 집회는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동투쟁도 이를 토대로 별도 신고 없이 3년간 약 20회에 걸쳐 대법원 앞에서 야간 문화제를 열고 노숙 농성을 했으며, 경찰도 강제 해산에 나선 적도 없다는 게 단체 설명이다. 가장 최근 행사였던 3월 15일에는 경찰이 노숙 텐트 주변에 울타리(바리케이드)까지 설치해줬다고 한다.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경찰과 행정당국은 정권 의지에 영합하기 위해 법 집행 기준을 하루아침에 변경했다”며 “문화제 해산 명령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날을 세웠다.

경찰은 그러나 문화제를 목적으로 모인 이들이 단체로 구호를 외치는 등 의사표시를 하면 ‘집회’로 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숙 농성의 경우 집시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지만, 집회의 성격이 짙을 경우 ‘변칙 집회’로 볼 수 있다는 게 경찰 시각이다. 또한 집시법과 별개로 도로와 인도를 점거해 통행을 방해하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도 해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이 같은 해석이 자의적이라고 지적한다. 전날 문화제 때도 참가단체가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시 낭송이나 노래 제창 등의 행사를 동반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는 “문화제에서 손팻말을 들고 중간에 구호를 외쳤다고 ‘불법 미신고 집회’로 규정하면 범죄자가 얼마나 많이 생기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찰청장 "엄정 대응" 노조 "끝까지 투쟁"

이처럼 같은 규정을 경찰과 시민단체가 달리 해석하는 탓에 문화제를 집회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과거에도 논란이 됐다. 2015년 12월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주최한 민중총궐기 대회 문화제에 대해선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이 구호가 여러 번 나왔다는 이유로 “미신고 집회 주최자 및 주최자에 준하는 사람은 처벌하겠다”라고 말해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찰과 노조ㆍ시민단체가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어 향후 문화제와 노숙 농성은 물론이고 집회 과정에서도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18개 시ㆍ도청장과 경찰서장이 참석하는 ‘경찰 지휘부 화상 회의’를 열고 “불법 집회에 대해 해산 조치를 적극 검토하라”고 재차 엄정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경학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년이고 2년이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31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수만 명이 집결하는 금속노조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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