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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테일러리즘과 주4일 근무제

입력
2023.05.28 2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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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우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게티이미지뱅크

공장 자동화로 블루칼라 육체노동자의 일자리는 이미 산업용 로봇으로 대체되어 대부분의 제조라인에서 극소수 인원만 근무하거나, 아예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생산과정에서 배터리팩 조립과 전장시스템 검사 업무의 100%를 산업용 로봇으로 대체함으로써 지루함과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를 원천 차단했고, 공장을 24시간 가동할 수 있어 생산단가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기계화와 자동화는 기존 산업에서 일자리를 감소시키면서도 생산성을 급격하게 향상시켜, 공장자동화가 될수록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술적 인프라가 공장 자동화 기술인 것이다. 신기술의 탄생과 상용화는 기존 산업에서의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새로운 종류의 산업과 일자리를 탄생시켜 오히려 전체 직업의 수나 일자리는 증가되어 왔다. 이른바 디지털 테일러리즘(digital taylorism)이 전 세계로 확산되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면서 인류의 생활방식을 변화시켜 왔는데, 그중 한 가지가 근로시간의 단축이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기술 혁신 경쟁은 인간처럼 강화학습을 할 수 있는 신기술을 출현시켜 인공지능(AI) 테일러리즘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자동화 산업용 로봇이 제조업에서 육체노동자의 노동을 대체했던 것처럼 AI는 종래 반복적이고 정형화되어 있는 사무직 또는 서비스 노동을 '가상인간', '챗봇', '협동로봇' 등이 담당하게 하면서 기존 부문의 직원 수를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AI가 약 3억 개의 세계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할 것(골드만삭스, 2023.3)"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곤 한다. AI는 특히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많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가, 디자이너, 화가, 변호사, 의사 같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미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2023년 5월 6일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방송 대본 작가 1만1,500여 명은 일감을 잃을 것 같은 위기감에 "작가가 없다면, 콘텐츠도 없다!"는 피켓을 들고 집단적으로 거리시위를 했다.

사무자동화(office automation)는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단순 반복적인 사무업무뿐 아니라 고객응대 상담업무와 비정형적인 전문직 업무영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인지노동이나 서비스노동을 AI 로봇으로 대체하는 사무 자동화 추세가 크게 일어날 것이다. AI를 활용한 챗봇과 로봇의 활용범위가 경영현장에서도 관리직무와 기획직무 등 지식노동 직무 분야까지도 퍼질 것이다.

AI 기반 자동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로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주 4일제 혹은 주 3일제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AI 테일러리즘의 전 세계 확산으로 사회적으로 당분간 격렬한 저항과 다툼의 진통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21세기 중·후반부 노동자들은 주 4일 또는 주 3일 직장에 출근하는 삶을 사는 세상을 맞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근로시간의 단축이라는 전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를 예의주시하며 주 4일, 주 3일 근무제에 적합한 경영시스템과 조직문화뿐만 아니라 단축 근무에 따라 어떤 산업이 생겨날지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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