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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 구분 아닌 다양한 신체 인정이 공존과 동등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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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 구분 아닌 다양한 신체 인정이 공존과 동등 첫걸음"

입력
2023.06.14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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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극단 '애인' 배우 하지성·백우람·강보람
두산아트센터, 국립극장 기획 연극서 열연
"불편으로 보기보다 각자의 호흡 존중하는 환경 되길"

장애인 극단 '애인' 단원인 배우 백우람(왼쪽부터), 하지성, 강보람이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극단 연습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장애인 극단 '애인' 단원인 배우 백우람(왼쪽부터), 하지성, 강보람이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극단 연습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달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연극 '댄스 네이션'은 욕설과 비속어는 물론 자위나 생리혈 등의 소재를 여과 없이 등장시킨 도발적 연출로 화제가 됐다. 춤을 통해 몸의 욕망을 발견하는 10대들의 성장 드라마인 이 연극에서는 다양한 몸과 움직임의 30~60대 배우들을 캐스팅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이들 중에는 뇌병변 장애를 가진 장애인 극단 '애인' 소속 배우 강보람(37)과 백우람(40)도 있었다. 같은 극단의 뇌병변 장애 배우 하지성(32)은 지난해 출연한 연극 '틴에이지 딕'으로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부문 연기상을 받았다.

장애를 불리한 조건이 아닌 하나의 정체성이자 다양성으로 표현한 공연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바로 그 장애인·비장애인 예술가의 협업 현장에 섰던 세 배우를 최근 서울 구로구 오류동 극단 애인 연습실에서 만났다. 이들은 공존과 동등함이 구현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자신들의 활동이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흐려지는 장애·비장애 연극 경계

장애인 극단 '애인' 단원인 배우 하지성이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극단 연습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장애인 극단 '애인' 단원인 배우 하지성이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극단 연습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댄스 네이션'에서 백우람은 댄스학원의 10대 무용수 루크로, 강보람은 같은 학원의 바네사와 주주 엄마라는 1인 2역으로 무대에 섰다. 연극은 이들의 장애를 소재로 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이번 무대 경험을 장애 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가 서로의 속도를 배워가는 과정으로 묘사했다. 강보람은 "연습 중에 나만의 중심점이 있는데 옆에서 넘어질까 봐 잡아주다 보니 오히려 다칠 뻔한 경험이 있다"며 "장애가 있어 몸이 힘들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게 편견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비장애 배우를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새로 만나 작업하는 배우 대 배우의 입장에서 서로 소통하며 각자의 속도를 인정해 주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극 '틴에이지 딕'에 출연한 배우 하지성. 국립극장 제공

연극 '틴에이지 딕'에 출연한 배우 하지성. 국립극장 제공

극단 애인의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 온 세 사람은 소위 주류 연극이라 할 수 있는, 주요 예술단체가 기획한 공연에 출연한 사실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강보람은 "공연장이 크든 작든 어떤 관객이 찾든 상관없이 무대에 서는 자체로 즐겁기 때문에 극단의 활동과 '댄스 네이션' 출연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우람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야말로 최적의 환경에서 배우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 극단 '애인' 단원인 배우 강보람이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극단 연습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장애인 극단 '애인' 단원인 배우 강보람이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극단 연습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들이 의미를 둔 부분은 장애·비장애 공연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장애·비장애 예술가가 더 많은 부딪힘을 경험하고 대화할 수 있게 된 점이다. 하지성은 "장애 연극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비장애 예술인도, 나도 서로 낯설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장애인 사회와 비장애인 사회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 같은 연극 작업이 더 많이 이뤄지면 사회도 더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하반기에도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백우람은 8월 서울 대학로 이음아트홀에서 직접 연출하고 출연하는 1인극 '침묵의 오육초; 시를 그리다'를 선보이고, 하지성은 9월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미래의 동물'에 출연한다.

연극 '댄스 네이션'에 출연한 배우 강보람(왼쪽).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댄스 네이션'에 출연한 배우 강보람(왼쪽). 두산아트센터 제공


장애인 연기 훈련법 문서화 '꿈'

연극 '댄스 네이션'에 출연한 배우 백우람.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댄스 네이션'에 출연한 배우 백우람. 두산아트센터 제공

모든 배우가 그렇듯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동기로 배우가 됐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하지성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 강보람은 시민단체에서 일하다 우연히 극단 애인과 연을 맺고 꾸준히 활동해 왔다. 사진을 전공한 백우람은 진로를 고민하던 중 장애인 국토순례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극단 애인을 알게 됐다.

배우가 된 이유는 각각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된 꿈이 있다. 장애인 배우에게 맞는 연기 훈련법을 개발하는 일이다. 강보람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쓰인 기존 연기 이론이 아닌 장애인 고유의 발음과 발성, 호흡에 맞는 별도의 신체 활용법을 계속 찾아가며 문서화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성은 "좋은 장애인 배우가 이미 많고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구체적 사례 연구가 많지 않아 우리의 경험이 문서로 쌓이는 대로 여러 장애인 배우, 극단과 공유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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