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 소재 다룬 '태계일주'·'지구마불'
극명한 대중의 온도차…이유는?
'태계일주' 시즌2가 오는 6월 돌아온다. 최근 방송으로 송출된 '지구마불'이 1%대의 저조한 성적으로 돌아온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왜 시청자들은 '태계일주'는 환영하고 '지구마불'에는 싸늘할까. 단순히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출연보다는 고난과 역경을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의 차이가 크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와 '지구마불 세계여행'(이하 '지구마불') 두 프로그램 모두 같은 여행 예능에 속하지만 대중은 극심한 온도차이를 보였다. '태계일주'가 기존 예능에서 익숙한 인물들을 선보였다는 것이 유리한 출발 지점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구마불'은 MZ세대의 관심을 받고 유튜브 영역에서 활개를 치는 곽튜브 빠니보틀 원지를 내세우면서 오히려 선호도 측면에서 더욱 가산점을 받았을 터다.
'지구마불'은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구독자 134만 명), 전직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직원 출신인 곽튜브(구독자100만 명), 여행유튜버 8년차 원지(구독자 46만 명)가 직접 설계한 부루마불 게임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던진 주사위 숫자로 여행지를 결정해 랜덤 세계일주를 떠난다.
유튜브와 ENA로 각각 공개된 '지구마불'을 두고 많은 이들이 유튜버 개인의 고유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튜버들이 여행 콘텐츠로 사랑을 받았던 이유에는 '고생'과 '성취'가 있다. 이들이 모두 호화로운 호텔에서 시티 뷰를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만 했다면 지금의 인기는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땀을 흘리면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구마불'의 출연자들도 이 점을 의식했는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여행지를 선호하고 생소한 풍경을 최대한 담으려고 한다. 제작진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고생길을 선택하는 등 방목이라는 영역 하에 직접 웃음 코드를 챙기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김태호 PD는 MBC를 야심차게 떠나면서 자신에게도 새로운 변곡점의 필요성을 논한 바 있다.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콘텐츠 시장 흐름에 몸을 맡기겠다고 밝힌 후 실제로 웹 예능 콘텐츠 제작사를 설립, 새로운 출발을 시도했다. 다만 유튜브 테오의 구독자는 아직까지 37만 명이다.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김태호 PD가 받았던 국민적 관심을 떠올린다면 다소 아쉬운 성적임은 분명하다.
'태계일주'는 비슷한 결과 노선을 걷지만 출연자인 기안84와 이시언의 날것을 예능적으로 잘 다듬었고 결국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무작정 남미로 떠난 기안84와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이시언 빠니보틀의 현지 밀착 여행을 다루는 과정에서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완급 조절에 성공, 시즌2로 흥행을 이어간다. 특히 시즌1 종영 전 시즌2·3까지 연달아 제작 확정을 알린 것은 예능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구마불'의 아쉬운 성과에 대해 "'지구마불'는 보기에 너무 화려하다. (예능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돈 놀이에 가깝다.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하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재미보다 그 부분이 큰 과제"라면서 "자칫 프로그램이 출연진의 개성을 망칠 수도 있다. '지구마블' 나온 곽튜브 등 유튜버들은 프로그램 속에서 하고 싶은 것만 한다. 그러면 그 친구들의 매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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