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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2호기 계속운전, 반대 명분 없다

입력
2023.05.31 12: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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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기고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본인 제공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본인 제공

원자력발전소 계속운전은 세계적인 대세다. 국제에너지기구도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제시한다. 세계는 40년인 운전허가 기간을 60년에서 80년 연장도 추진하고 있다.

물가 오름세가 무섭다. 전기요금 상승은 가계는 물론, 서비스 요금과 공산품 가격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올해 1, 2월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 평균 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43.8원이다. 석탄발전은 154.9원, 가스발전은 두 배 가까운 283.2원, 태양광도 164원이나 된다. 서민들 지갑사정을 감안하면 원전 계속운전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 고리 2호기 계속운전으로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연간 360만 톤이 넘는다. 이는 2021년 우리나라 777개 공공기관이 배출한 온실가스 375만 톤을 상쇄하는 양이다.

탈핵운동가들은 장기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거론한다. 하지만 낡았다고 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낡은 부품은 교체하면 된다. 오히려 운전 경험은 새 원전보다 나을 수도 있다. 고리 2호기의 40년 평균 가동률은 85.7%로 세계 평균(80.1%)을 상회한다. 지난 10년간 원전이 정지한 고장도 3건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운전 기록이다. 원전 산업계 입장에서는 새 원전으로 고리 2호기를 대체하는 편이 좋은 선택지일 수 있다. 실제 우리 신형원전인 APR1400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부지가 모두 취소됐다. 탈핵운동가들로 선택지가 사라진 것이다.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의 반대 명분으로 원전 밀집도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은 밀집도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2001년 우리나라의 총 등록차량은 1,291만 대, 2021년에는 2,491만 대다. 2001년에 차량 사고로 인한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는 17.1명이고, 2021년에는 5.6명이다. 차량은 두 배가량 늘었지만 사망률은 3분의 1 감소했다. 기술력 향상과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고, 안전문화와 준법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원전 수가 많다고 비례해서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

대도시인 부산에 가깝다는 이유도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의 반대 명분이다. 고리 원전에는 3기, 인근 새울 원전에는 4기의 원전이 있다. 캐나다에서 두 번째 큰 원전 단지인 피커링에는 6기가 운전 중인데 토론토 인근이다. 토론토는 인구 300만 명, 근교를 포함하면 600만 명이 사는 캐나다 최대 도시다. 피커링 원전과 토론토 간의 거리는 고리 원전과 부산 간 거리와 비슷하다. 고리 2호기보다 12년 먼저 건설된 피커링 1호기는 아직도 운전 중이다. 물론 계속운전을 위한 대대적인 정비를 했다. 고리 2호기 역시 대대적인 정비와 엄격한 인허가 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은 인허가 신청이 늦어 2년은 운전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 후유증이다. 가파르게 오르는 전기요금과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기후재난을 직시한다면 환경운동가들은 계속운전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빨리 서두르라고 나서야 할 것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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