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병철, 연이은 빌런에도 존재감 '우뚝'
4주 연속 출연자 화제성 2위 기록
드라마 '도깨비' 'SKY캐슬' 등으로 악역을 소화한 김병철이 또다시 빌런을 맡았을 땐 새로움보단 익숙함이 더욱 예상됐다. '도깨비'의 파국과 'SKY캐슬' 차민혁은 시대적 배경을 떠나 전혀 다른 색채를 갖고 있었으며 김병철이 이를 충분히 해냈기 때문에 더 새로운 인물이 나올 수 있을지 염려가 컸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과거 빌런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에겐 적지 않은 책임감이 따른다. 이전의 이미지를 단번에 바꿔야 하는 새 임팩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배우들이 토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닥터 차정숙'이 베일을 벗고 김병철이 분한 서인호 서사가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서인호는 분명 악역이지만 헐렁한 매력과 수더분한 면모로 코미디의 축을 담당하는 중이다. 이는 분명 배우의 역량으로 이뤄낸 성과다.
서인호는 조강지처인 차정숙(엄정화)을 두고 수년간 불륜을 저지르면서 두집 살림까지 하는 파격적인 인물이다. 텍스트로만 봐도 치정극에나 어울릴 법한 설정이다. 차정숙의 각성에 기여하는 주 인물이지만 쉽게만 표현하긴 어렵다. 작품이 장르적으로 리드미컬한 템포와 경쾌한 분위기를 담기 때문에 이 인물이 악인으로서의 무게감을 부각하지 않으면서 극에 어우러져야 한다. 그리고 김병철은 특유의 위트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두 여자 사이를 바쁘게 오가면서도 시청자들에게 분노보다 웃음을 안기는 주체가 됐다.
이는 그의 전작들을 잊게할 만큼의 호연이다. 서인호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 인물이 꽤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일터부터 집까지 자신의 체면을 고수하는 이가 의외의 순간에 무너지고 한없이 가벼워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물론 서인호를 응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극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마다 서인호가 파멸하길 원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차정숙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서인호가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하기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해피엔딩'에는 그를 향한 단죄가 필요하다.
서인호가 불행할 수록 작품의 흥행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송된 10회 시청률은 유료가구 기준 자체 최고인 전국 18.0% 수도권 18.9%, 분당 최고 20.0%를 기록했다. 이는 JTBC 역대 드라마 순위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2049 시청률에서도 자체 최고인 6.9%를 나타냈는데 이는 '닥터 차정숙'이 기성 세대부터 젊은 시청층까지 잡았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의 김병철은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2주차(5월 8일부터 5월 14일까지) 화제성 조사에서 4주 연속 2위를 지켰다. 함께 호흡한 엄정화는 1위를 유지 중이다. 이 뜨거운 반응이 종영까지 이어질지 기대감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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