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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갈라지고 석면 떨어지는 궁전... "재앙 불가피" 영국 의사당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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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갈라지고 석면 떨어지는 궁전... "재앙 불가피" 영국 의사당에 무슨 일이?

입력
2023.05.17 2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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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 160년' 웨스트민스터 궁전 노후화
마지막 전기 공사도 80년 전 "화재 취약"
"대대적 공사 서둘러야" 의회 경고 나와

201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의사당으로 쓰이는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외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영국 의회 공공회계위원회(Public Accounts Committee)는 이곳이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런던=AP 연합뉴스

201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의사당으로 쓰이는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외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영국 의회 공공회계위원회(Public Accounts Committee)는 이곳이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 의사당 건물인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궁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1800년대 중반 대화재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된 지 163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건물 전체가 극도로 노후화한 탓이다. 실제 지붕에선 물이 새고, 곳곳의 벽은 갈라졌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건물을 뒤덮기까지 했다. 영국의 상징으로 매년 100만 명이 찾는 명소지만, 전면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진 결과 안전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공공회계위원회는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복원 및 재개발'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말이 궁전이지,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 대대적 보수가 시급하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런던 템스 강변에 자리한 웨스트민스터 궁전은 1834년 대화재로 훼손됐다가, 1860년 현재 모습으로 완공됐다. 한국의 국회 격인 하원과 상원 의사당이 들어서 있다. 해마다 100만 명이 방문하는 런던의 대표적 관광 명소이자,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지정됐다.

외관만 보면 의회 민주주의 발상지다운 위엄을 자랑한다. 하지만 매일 수천 명이 드나드는 건물 내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고 한다. 벽이 갈라지고 석조물이 떨어져 나가 붕괴 위험에 취약하다. 인체에 유해한 석면까지 건물 곳곳을 덮고 있다. 화재 위험도 크다. 1940년대를 마지막으로 기계 및 전기 시스템과 관련해 이렇다 할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이후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44건에 이른다.

대대적인 보수 계획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의회에서도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러 번 나왔다. 2018년에도 의회가 "2025년까지 궁전을 비운 뒤 전면 공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사 및 공사 일정 등과 관련한 명확한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 사이 관련 비용만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의회가 궁전 내 크고 작은 수리를 위해 지출하는 예산은 일주일에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에 달한다.

의회가 대규모 공사를 미적대는 건 결국 돈 때문이다. 예상되는 공사비만 한국 기준으로 수조 원에 달한다. '부자 나라' 영국마저 적잖은 국민들이 생계비 걱정을 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한 터라, 의원들로선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공사 비용을 두고 부정적 여론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AP통신)는 얘기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메그 힐리어 공공회계위원장은 "공사 계획이 계속 지연되면 재앙적 사건으로 건물 전체가 파괴될 수 있다는, 실제 위험이 있다"며 "더 늦기 전에 대규모 공사를 완료하기 위한 비용 및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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