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구대표팀 '어드바이저' 김연경
16일 진천선수촌 배구 훈련 공개
"너 이름이 뭐였지? 저번에 물었는데 제대로 못 들어서 그래. 까먹은 건가(웃음)?"
16일 오후 충북 진천선수촌 배구 훈련장.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의 '어드바이저(고문)'로 변신한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은 어린 후배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평소 활기 넘치는 성격이라 장난치며 '잔소리'부터 꺼내놓을 듯했지만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대표팀의 주장인 박정아(페퍼저축은행)와 베테랑 표승주(IBK기업은행) 등과는 편하게 대화하다가도 2000년생 이후 태어난 까마득한 후배들에겐 시종일관 부드러운 말투로 대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린 후배들에게 슬쩍 말을 걸면서 컨디션을 체크하는 듯했다.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에겐 긴장을 풀어주려는 배려였다. 2023 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을 앞둔 여자 배구대표팀은 이날 선수촌 훈련을 공개했다.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바짝 얼었을 후배들을 챙긴 셈이다.
훈련이 시작되자 김연경은 공부터 잡았다. 네트 앞에서 선수들에게 공을 토스하며 스파이크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때론 코트 밖으로 나가 서브를 하며 선수들의 리시브 연습도 함께 했다. 배구 해설을 하다 처음 대표팀에 합류한 한유미 코치와 종종 의견을 주고받았다. 어떤 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조율했다.
김연경은 선뜻 나서기보다 선수들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 후배들이 두 팀으로 나눠 연습 경기를 할 때도 주로 코트 밖에서 예의 주시했다. 그러다 조용히 다가가 "잘하고 있다"며 응원을 건넸다. 따끔한 조언이 아닌 따뜻한 격려로 후배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해 VNL에서 '12전 전패' '무승점'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 남녀 VNL 역사상 최초의 전패 기록이었고, 풀세트 접전 경기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김연경을 비롯해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흥국생명) 김희진(IBK기업은행) 등 대표팀 주전 선수들이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이후 줄줄이 대표팀을 은퇴한 영향도 컸다. 오는 9월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올림픽 진출도 걸려 있다. 올림픽의 경우 4회 연속 본선행이 여자 배구대표팀의 목표다. 이래저래 대표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
현재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은 소속팀 리그로 부재한 상황이어서 김연경의 어드바이저 역할이 중요해졌다. 한 코치와 김연경은 지난달 24일 진천선수촌에 입소한 뒤 2주 정도 호흡을 맞췄다. 한 코치는 "김연경 어드바이저는 최근 외국에서의 훈련법이나 해외 선수들의 특징 등 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연경도 포부가 남다르다. 그는 "태극기가 새겨진 옷을 입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대표팀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최대한 선수들을 도와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조언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잘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어드바이저를 처음 해 봤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선수할 때가 제일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 역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앞으로 제가 가는 방향들에 많은 도움을 받고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VNL 참가를 위해 22일 튀르키예로 출국한다. 에르난데스 감독은 이때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VNL은 오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와 브라질 브라질리아, 한국의 수원, 일본 나고야, 태국 방콕 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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