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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올렸지만 한전·가스공사 적자 해소 고차방정식 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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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올렸지만 한전·가스공사 적자 해소 고차방정식 풀지 못했다

입력
2023.05.16 04:30
수정
2023.05.16 08:48
3면
0 0

전기요금 kWh당 8원·가스요금 MJ당 1.04원↑
한전 1분기 적자만 6조2,000억…턱없이 부족
하반기 추가 인상 없이는 재무건전성 회복 요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40일 넘게 미뤄진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이 16일부터 4인 가구 기준 각각 월 3,020원, 4,400원 오른다. 적자에 허덕이던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한시름 놓게 됐지만 이번 요금 조정안도 한 자릿수 소폭 인상에 그쳐 에너지 공기업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요금 올렸지만…적자 상황은 계속될 듯

전기·가스요금 인상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전기·가스요금 인상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률은 5.3% 수준이다.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8원,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각각 오른다.

이번 인상안으로 한전은 약 2조6,6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만 6조1,77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한전은 지난해 창사 이래 가장 큰 32조6,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현재 한전은 전기를 계속 공급하기 위해 한전채(회사채)를 발행하며 버티지만 한도를 넘기면 전력 대란도 걱정된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26년까지 쌓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하반기에는 30원가량 더 인상해야 한다. 요금 조정이 미뤄지면 지난해 한전채 발행량인 31조8,000억 원에 이어 올해도 전기 공급을 위해 한전채 발행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도 돌려받아야 할 미수금에 비해 요금 인상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 가스요금 인상으로 연내 3,000억 원가량 수익이 예상되지만 1분기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 규모는 11조6,000억 원에 이른다. 미수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지난해 말 8조6,000억 원에서 1분기에만 3조 원이 늘었으며 부채 비율도 640%로 전년 동기 대비 137%포인트 올랐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가스요금 인상 분이) 너무 적어 수익으로 얼마나 돌릴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요금 인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날 오후 한전과 가스공사 주가는 떨어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보다 2.13% 하락한 1만9,2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오전 잠시 소폭 올랐다가 하락세로 돌아선 뒤 오후 장중에는 전 거래일보다 3.4% 떨어진 1만9,03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가스공사 또한 350원(1.32%) 하락한 2만6,150원에 거래가 끝났다.



여름철 냉방 수요·내년 총선…추가 인상 가능할까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오는 16일부터 나란히 현행 대비 5.3% 오른다. 정부가 이 같은 인상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관리인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하상윤 기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오는 16일부터 나란히 현행 대비 5.3% 오른다. 정부가 이 같은 인상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관리인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하상윤 기자


문제는 전력소비량이 많아지는 여름철 성수기가 다가오는 상황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정부의 자세 등 악조건이 쌓여 있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일단 연내 에너지 요금을 또 올리는 것에는 조심스럽다. 이호현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연내 추가 인상 여부를) 예단하고 있지 않다"면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 동향, 재무상황 개선 정도, 한전·가스공사의 자구노력 이행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만 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요금을 추가로 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연료비 연동제를 따른다면 한전이 당초 유가 상승 등을 반영해 책정한 kWh당 33.9원을 기준으로 25.9원은 더 올려야 한다"며 "이에 미치지 못한 인상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추가 인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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