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워싱턴선언 이후 핵 안보는 북한에 달려 있다

입력
2023.05.15 00:00
26면
0 0
남성욱
남성욱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무조건 반대', 안보도 정쟁 삼는 야당
北 극한반응, 워싱턴선언 효과 방증
확장억제 실효작동 시나리오 만들어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4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워싱턴선언 평가를 주제로 한 TV토론 프로에 2차례 출연하였다. 토론에서는 묘하게도 과거와는 반대 양상이 벌어졌다. 야당 측 출연자들은 한미 정상 간의 핵 위협 대응 합의에 대해 '속 빈 강정' '포장지만 화려하다'고 평가절하하였다. 일부는 국가안보실에서 핵협의그룹(NCG)의 가동으로 핵 공유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백악관에서 핵 공유가 아니라고 반박한 데 대해 외교 실종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야권 인사들은 한미 정상이 한국의 핵무장을 합의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오히려 보수 정부가 안보를 소홀히 한다는 식의 주장도 있었다. 마치 야당이 더 핵무장에 적극적인 뉘앙스라 내심 당황스러웠다. 외교 성과가 없다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다 보니 스텝이 꼬인 것은 아닌지 토론 내내 묘한 기분이었다. 특히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만큼 외교도 치열한 정쟁의 소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는 방미 성과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대담을 나눈 하버드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처럼 A학점으로 평가하였다. 토론은 완전한 평행선을 달리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갔다. 대한민국 여론의 양극화는 토론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점을 지났다. 복지는 물론이고 안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상회담(summit)은 원래 절반은 신뢰(trust)를 구축하는 의식이다. 특히 동맹 간의 정상회담은 더욱 그렇다. 과거 중국 베이징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대가로 무엇을 받아오던 조선시대 대중국 사대 외교의 자격지심이 21세기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하지만 워싱턴선언이 구체적 실효성이 없고 기존의 확장억제로 북한을 압박하는 속 빈 강정이라면 왜 북한은 '결정적 행동' 운운하며 반발하는 것일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다. 우리는 핵무기의 제2의 임무에 더 완벽해야 한다"고 핵무기의 선제공격까지 암시하며 반발했다. 한미 정상에 대한 그녀의 비난은 막말 수준이었다.

일부 핵 개발론자들은 한국이 핵비확산을 선언함으로써 핵 개발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였다고 불만이다. "핵확산금지조약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한미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였다"는 내용으로 핵무장이 원천 봉쇄되었다고 아쉬움을 표명한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에도 의문을 표하였다. 과거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1961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에게 했다는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거론하며 핵무장이 궁극적인 안보 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국가안보실과 여당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고 평가한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재래식무기(conventional weapons)'에 의한 안보라면 워싱턴선언은 핵무기에 의한 안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워싱턴선언은 '최초의 핵공약 문서화' 등 의미가 크다는 평가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핵공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 등 찬반양론이 혼재되어 있다.

조야(朝野)의 다양한 주장은 뉘앙스는 다르지만 모두가 한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애국심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워싱턴선언은 한국 안보의 불안감을 해소하면서도 국제 비확산체제(NPT)라는 냉엄한 현실에서 차선의 방책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에 몰두하기보다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 확장억제를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핵 안보가 여야 정쟁의 소재가 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한미의 핵 안보 공약은 평양의 행동에 달려있다. 평양이 핵 도발의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워싱턴선언은 실질적으로 가동되고 한국의 핵무장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