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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 노리는 미국 속셈과 위기의 한국

입력
2023.05.13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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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최연진IT전문기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중 갈등으로 시작된 반도체 싸움의 파장이 심상찮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발단이 됐지만 이제는 중국 견제를 넘어 미국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가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은 20년 안팎의 주기로 바뀌었다. 1970년대는 미국의 시대였다. 1971년 미국 인텔이 D램을 발명하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연히 미국이 1970년대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했다. 1980년대부터는 일본의 독무대였다. 1980년대 중반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D램 업체들은 메인프레임용 고용량 D램을 앞세워 세계 시장 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리며 독식했다. 한국이 이를 뒤집은 것은 1998년이다. 당시 컴퓨터(PC) 판매가 급증하며 PC용 D램을 대량 생산한 한국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로부터 비슷한 시간이 지나 미국은 다시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에서 이런 신호들이 보인다. 미국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을 차단하려고 한다. 반대로 중국은 지난달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인터넷 보안 심사를 강화하는 등 미국산 반도체 판매를 제한하기 위한 맞수를 두고 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우회적 경고이기도 하다.

물론 중국이 미국과 한국 업체들의 반도체 판매를 완전 차단하기는 힘들다. 이를 대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가 90%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난야, 윈본드 등 대만 업체들이다. 중국도 창신메모리(CXMT)라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한국업체들과 마이크론이 없으면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한미의 밀착이 불만스러워도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기 어렵다.

거꾸로 미국 역시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기 힘들다. 그 선례를 러시아에서 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발한 러시아에 전략 물자 수출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러시아제 무기에서 금지된 반도체와 첨단 전자부품이 쏟아져 나왔다. 외신들은 일부 국가들을 수출 금지 품목이 흘러든 우회 통로로 본다.

정작 우리의 부담은 중국이 아니다.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기간에도 하원의장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동아시아에 지나친 반도체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반도체를 팔지 못해도 한국 기업들이 대신 반도체를 팔지 말라는 압박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미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반도체법도 단순히 미국 반도체 업체들에 보조금을 더 주는 것을 넘어 1970년대 누렸던 영화(榮華)를 다시 가져가려는 신호로 읽힌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반도체법을 둘러싼 협상에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유럽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독일은 유럽연합(EU)의 반도체법에 따라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공장을 착공한 인피니언에 약 7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EU 반도체법의 골자는 아시아와 미국 반도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유럽도 앉아서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을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런 기류 변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지난 9일 신소재 메모리 반도체 육성 등을 담은 미래 반도체 전략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 어떤 카드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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