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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들이 집단으로 학부모 고발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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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들이 집단으로 학부모 고발한 이유는

입력
2023.05.12 12:00
수정
2023.05.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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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게티이미지뱅크

교실. 게티이미지뱅크

유치원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학부모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교사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인천교사노동조합(인천교사노조)은 "인천 한 병설유치원 전 학부모 A씨를 협박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인천교사노조는 A씨와 유치원 측 간 전화 녹취록 등을 고발장과 함께 경찰에 제출했다.

노조 관계자는 "A씨는 본인이 가해자로 지목한 학생 부모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모자라 유치원의 사과문, 사과문의 홈페이지 게시를 요구했다"며 "유치원 원감과 담임교사의 사과를 받고도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맘카페와 언론에 알리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 등 협박하고 유치원을 직접 찾아와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유치원에서 놀이수업 중 다른 아이가 갖고 놀던 장난감에 자신의 아이가 얼굴을 맞아 다치자 유치원에 "다치게 한 아이 부모에게 사과를 받아내라"고 요구했고, 실제 사과를 받았다. 유치원도 사과문을 통해 사과했다. 그러나 A씨는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라고 추가로 요구했고 난색을 표하자 담임교사 B씨를 방임 혐의로 신고했다.

B씨는 지난 3월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B씨는 이 과정에서 섭식 장애로 몸무게가 7㎏이 빠졌고, 불안증세로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A씨의 아이는 현재 유치원을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교사노조 관계자는 "자신의 뜻대로 교육현장을 움직이기 위한 수단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학부모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고발했다"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해 교원단체가 교사를 대리해 고발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교사노조가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사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이뤄져 수사가 개시된 건수는 1,252건이다. 이 중 경찰 자체 종결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 비중은 53.9%(676건)로 절반이 넘는다. 전체 아동학대 사건의 경찰 종결 및 불기소 비율 14.9%에 비해 3.6배나 높은 수치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알림장 확인을 안 했다거나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례도 있다"며 "언제라도 고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교사들 사이에서 '적극적 지도 행위는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니 학생과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둬야 한다'는 자조 섞인 대화가 오간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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